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오후 5시쯤 서울 여의도 일대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표결 30분 전부터 긴장하던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보였다.
이모(27)씨는 “우리가 해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동안 추운 날 나와 고생했던 게 보상받는 것 같다”며 “앞으로 자식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며 눈물을 닦았다. 박지윤(22)씨도 “역사의 한 페이지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닌 만큼 사람들이 헌법재판소 판결 때까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탄핵안 가결 직후 여의도에는 ‘다시 만난 세계’ ‘삐딱하게’ 등의 K팝이 흘러나왔다. 참가자들은 주황색 풍선을 하늘로 날렸고, 폭죽도 터졌다. 젊은 참가자 중 일부는 집회 연단 쪽으로 나가 응원봉을 흔들며 춤을 추기도 했다.
부모님과 함께 집회에 참여한 이세은(11)양은 “아는 노래가 나와서 너무 신난다. 엄마랑 두 번째 시위에 나왔는데 정치인들이 국민이 무섭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춤을 추던 김모(24)씨도 “콘서트장에 온 것 같이 매우 기쁘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집회에 함께 온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며 역사의 현장을 실시간으로 기록했다.
이번 집회를 이끈 젊은이들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중년 참가자도 많았다. 임새벽(48)씨는 “지금 이 결과는 MZ 덕분이다.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정치권에서 알아준 것 같다”고 말했다. 조혜진(50)씨 역시 “탄핵안 가결을 단초로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결국 구태정치가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봤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부 참가자는 한국 정치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갔다. 백서연(22)씨는 “지난 7일 탄핵안 국회 표결 당시 국민의힘이 집단 퇴장하는 모습을 집회 현장에서 보면서 큰 배신감과 실망감을 느꼈다. 이런 사람들이 국민의 대표자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탄핵안이 통과된 것은 매우 통쾌하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인용할 때까지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세령(23)씨도 “탄핵이 된다면 기존처럼 거대 양당이 모든 권력을 차지하는 게 아닌, 더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정치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후 6시쯤 여의도에 마련된 무대를 찾아 참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대표는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한 것은 언제나 이 나라의 서민들과 국민들이었다”며 “촛불 혁명을 이뤄냈던 것처럼 여러분들이 다시 빛의 혁명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나 위대한 나라를 이뤄낼지 온 세상에 보여주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또 다른 고개가 남아있다. 오늘 승리를 자축하며 헤어질 것이 아니라 신속하고 엄정한 책임, 윤석열에 대한 파면 처분이 이뤄지도록 함께 싸우자”며 “우리가 힘을 합쳐 반격을 막아내고 궁극적 승리를 향해 서로 손잡고 함께 나아가자”고 외쳤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등이 주최한 탄핵촉구 집회에는 오후 5시 경찰 비공식 추산 20만명이 참석했다.
앞서 이날 오후 4시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진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