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오후 보수단체가 집결한 서울 광화문 곳곳에선 탄식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집회 참가자들은 탄핵안 관련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후 5시쯤 탄핵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보수단체들이 모인 광화문 광장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내 곳곳에서 탄식이 나오기 시작했고, 격앙된 시민들은 고성을 지르거나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탄핵 반대’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팻말을 바닥에 내던지는 참가자도 있었다. 보수단체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4만명(오후 5시 기준)이 참석했다.
대다수 시민들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것으로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김모(55)씨는 “지난주에 한번 탄핵안이 부결됐으면 그걸로 끝이지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녀 3명과 함께 집회 현장에 방문한 변승미(34)씨는 “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참담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 뿐”이라며 “표결 무효표가 저렇게 많이 나왔다는 것도 너무 이상하다”고 말했다.
일부 참가자는 야당이 주도한 탄핵안 표결에 참석한 국민의힘을 겨냥했다. 민경일(38)씨는 “탄핵 표결을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다시는 뽑지 않겠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김용우(78)씨는 “국민의힘 그 배신자들이 어떻게 대통령 등에 칼을 꽂을 수 있냐”며 울분을 토했다.
다만 담담한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도 있었다. 김모(32)씨는 “사실 탄핵안이 가결될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며 “그렇지만 막상 가결이 되고 나니 우리나라가 많이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황모(60)씨는 “이미 충분히 예측됐던 상황이라 담담하다”며 “이제는 대통령이 제자리로 복귀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는 일만 남았다”고 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탄핵안 가결에도 향후 야당과 헌재를 향한 투쟁을 이어나갈 것을 예고했다. 유재원(28)씨는 “오늘 광화문에 와보니 어르신들이 많았는데, 이젠 젊은 사람들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며 “다음주 탄핵 반대 집회에도 꼭 참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모(54)씨도 “사회주의 체제를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없다”며 “다음주에도 이 자리에 나와 싸울 것”이라고 전했다.
김기욱(40)씨도 “집권여당이 대통령에게 전혀 힘이 돼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은 광장에 나오는 것 뿐”이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이날 광화문 집회를 주최한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아무런 죄 없이 탄핵 당했는데, 윤석열 대통령도 나라를 살리려다가 탄핵을 당할 위기”라며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기각을 위해 더 강력하게 뭉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후 4시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진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