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조지호 경찰청장 측이 당시 군이 위치 추적을 요구한 명단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판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조 청장 측 변호인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계엄이 선포된 후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정치인 등 15명에 대한 위치정보를 실시간 확인해달라고 지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청장 측 변호인은 “모르는 사람을 설명해 주는데 이 대표의 ‘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판사였다”면서 “이외에 김명수 전 대법원장도 있었고, 권순일 전 대법관, 이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있었다”고 말했다.
언급된 판사는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지난달 25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의혹 1심 재판의 재판장을 맡았다. 당시 김 부장판사는 “위증은 있었지만, 위증교사의 고의가 어렵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조 청장 측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이 6차례 전화를 걸어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했으나, 불법적인 지휘로 판단해 불이행했다고 주장했다. 조 청장 측 변호인은 “(조 청장은)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 생각해서 참모에게 지시도 안 하고 묵살해 항명했다”면서도 “국회에 나가서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미안함 때문에 윤 대통령이 강하게 비난받는 내용을 말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국회 위증 논란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청장 측 변호인은 “(위증 사실에 대해) 본인이 인정한다.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봤어야 했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비상계엄을 알게 된 시점을 한 언론의 보도를 통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조사를 통해 계엄 선포 이전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만나 비상계엄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조 청장 측은 비상계엄 선포 전 윤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전가옥으로 불러 계엄군이 접수할 기관을 문서로 전달했으나, 찢어버렸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서에는 국회, 언론사, MBC 등 10여 곳이 적혀있다고 전했다.
조 청장 측 변호인은 “조 청장은 긴급 체포되고 사실대로 진술했고, 조 청장은 총 세 번 항명했다”며 “내란죄는 정말 큰 죄고 엄하게 처벌돼야 하지만, 계엄군 활동에 기여했느냐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12일 조 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에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 청장과 김 청장은 13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