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이 끔찍하다고만 생각하진 않는다. 시민들의 진심과 용기에 감동했다.”
소설가 한강은 12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롬 왕립연극극장에서 열린 ‘노벨 낭독의 밤’ 행사에서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이렇게 말했다. 한강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노벨문학상 시상식 참석을 위해) 출국해야 했으니 얼마나 끔찍(awful)했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밖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강은 “광주의 기억을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는 제 또래나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도 (시위 현장에) 많이 가셨다”며 “그대로 두면 상황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지 알기에 모두가 걱정과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데 자신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기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젊은 세대 분들에게 광주로 가는 진입로 역할을 조금은 해줬을 순 있을 것 같지만 그렇게까지 말하는 건 과장”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시위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제 책을 읽고 있는 분들의 사진을 보긴 했다.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지훈 디지털뉴스부장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