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고등법원은 최근 BNZ 은행(Bank of New Zealand·이하 BNZ)이 이단 기독교 단체인 글로리아베일(Gloriavale)과의 금융 거래를 중단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번 판결은 2022년 BNZ가 글로리아베일 내 아동 노동 착취가 자사의 인권 정책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지 2년 만에 나온 결과로 법원은 3개월 이내에 해당 계좌를 종료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BNZ와 글로리아베일 간의 소송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글로리아베일의 간부들에 의해 태어날 때부터 노예처럼 지내왔다고 주장하는 탈퇴 신도들이 글로리아베일과 5개 정부 기관을 상대로 수백만 달러 규모의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안나 커리지(Anna Courage), 펄 밸러(Pearl Valor), 기디언 벤자민(Gideon Benjamin), 호세아 커리지(Hosea Courage) 등 탈퇴 신도 4명은 ‘정부가 글로리아베일에서 아동 노동에 시달리는 소년과 소녀들을 보호하지 못했으며 이는 국제 조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고등법원에 각각 250만 달러의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글로리아베일에 소속된 부모가 서명한 공동체 헌신 선언문은 이곳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을 노예로 만드는 도구로 사용됐다고 한다. 공동체 구성원들에 대한 지도자의 ‘절대적인 통제’는 ‘주인과 노예’의 관계를 형성했으며 이로 인해 구성원들은 자유 의지를 완전히 박탈당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제출한 소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지도자들이 글로리아베일 공동체를 설계한 의도에 따라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 의지도, 자산에 대한 통제권도, 돈에 대한 접근권도 없으며 노동에 대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공동체 안에 갇혀 지내야 한다. 원고(탈퇴 신도 4명)와 글로리아베일 지도자들 간의 관계는 노예와 주인의 관계로 이는 명백히 불법이다. 또한 태어난 아기의 자유 의지는 의도적으로 파괴됐으며 그 증거로 글로리아베일에서는 아기가 제압될 때까지 코와 입을 막는 의식을 시행한다”고 기록돼 있다.
탈퇴 신도들은 “글로리아베일의 남성 중심 지도자들이 신도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과도하고 긴 노동을 강요했으며 신도들의 거주지와 생활 방식, 사상의 자유, 식사, 결혼 상대까지 철저히 통제했다고 주장했다. 여성과 어린 소녀들은 음식 준비 및 조리, 청소, 옷 세탁, 봉제 등 가사 노동에만 배정되었으며,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했다”고 전했다.
또한 “지도자들은 신도들을 성적 학대에서 보호하지 않았으며,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지도자들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신도들은 엄중한 징계를 받았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금지되었으며, 글로리아베일을 떠나면 저주를 받을 것이라는 위협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2022년 뉴질랜드 사회개발부, 비즈니스혁신고용부, 교육부, 내무부, 아동복지부를 대표하는 법무장관과 함께 글로리아베일 재단과 지도자와 간부 7명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정부가 글로리아베일 공동체를 해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아동을 노동 착취로부터 보호하지 못했으며, 글로리아베일 소녀들이 노예 제도가 여전히 존재하는 인도로 인신매매되는 것을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가 글로리아베일 지도자들을 방치하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글로리아베일 측은 항상 뉴질랜드 법을 준수하려 노력해왔다며 신도들에 대한 강제 근로나 노동 착취를 부인하고 이를 자발적인 봉사 활동이라고 주장해왔다. 또한, 인도로 간 여성들이 “자신의 자유 의지와 신념에 따라 결혼했다”며 이러한 주장에 반박했다.
이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BNZ는 2022년 12월 글로리아베일이 아동 노동 착취로 자사의 인권 정책을 위반했다며 금융 거래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고등법원은 본격적인 재판이 열릴 때까지 BNZ가 계좌를 폐쇄하지 못하도록 임시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고등법원이 BNZ 은행이 글로리아베일과의 금융 거래를 중단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 글로리아베일 측은 금지 명령 심리에서 “은행 서비스의 종료는 학교 운영과 식량 조달 등 생활 유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결국 공동체의 경제적 파산과 해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글로리아베일은 뉴질랜드 남섬 웨스트코스트 하우피리(Haupiri)에 위치한 보수적인 기독교 공동체로 약 600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정해진 옷만 입고 신약 성경의 사도행전 2장에 나오는 초대교회의 모습을 따르며 자신들만의 해석을 신봉한다. 외부와의 접촉도 엄격히 금지되고 미디어와 인터넷 사용도 제한된다.
또한 남녀 간 연애는 금지되며 결혼 전 데이트도 감독하에 이루어진다. 이들은 자급자족하며 낙농과 원예 사업으로 재정을 충당한다. 공동체를 떠나는 사람은 즉시 제명되며 가족과의 연락도 단절된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