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한 사람은 기도하지 않는 한 민족보다 강하다.”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의 중심인물인 존 낙스(John Knox, 1514~1572)의 이 말은 오늘날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크리스천들에게 여전히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영적 대각성의 불씨를 지폈던 낙스는 당시 혼란에 빠진 스코틀랜드를 위해 무릎 꿇고 기도하며 나라의 변화를 이끌었다. 그의 기도는 공동체와 국가를 위한 중보의 힘을 상징한다.
최근 대한민국이 계엄령 선포와 대통령 탄핵 촉구 시위로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기독 청년들이 나라와 위정자들을 위해 기도에 나섰다. 이들은 혼돈 속에서 나라를 위해 기도했던 존 낙스를 떠올리며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혼란을 기도로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SNS와 캠퍼스를 중심으로 ‘나라를 위해 기도한다’는 메시지가 확산되면서 크리스천들은 기도를 통해 변화의 불씨를 지피고자 했다.
계엄령이 해제된 지난 4일 오전 6시, 한 기독 청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나라를 위해 기도합니다. 주님의 자녀로서 이 나라를 위해 기도하지 않고 위정자들을 위해 간구하지 않았음을 회개합니다”라는 기도문을 올리며 믿음을 고백했다. 이 기도문에는 “이 땅의 리더들이 주님의 지혜로 나라를 다스리게 하소서”라는 위정자를 향한 간구도 포함돼 있었다.
기독 인플루언서 전대진 작가 역시 예레미야 29장 7절과 시편 122편 6~9절 말씀과 함께 “나라를 위해 기도합니다. 하나님, 이 나라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혼란 가운데 있는 모든 주의 자녀들에게 하나님의 평안이 임하길 기도합니다”라는 글을 SNS에 게시하며 국가를 위한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레드에서는 계엄 사태 당일 저녁예배나 새벽예배에 참석한 인증샷과 함께 “나라를 위해 기도하자”는 메시지가 확산됐다. 한 네티즌은 “우리 남편은 2시간 자고 새벽예배 가서 기도하고 왔다”며 가족과 함께 나라의 평화를 기도한 경험을 나눴고, 또 다른 이들은 교회 예배 사진과 함께 “이 나라와 경제를 놓고 더 열심히 기도하자”는 다짐을 전했다.
시국의 혼란 속에서도 대학생 크리스천 공동체들은 나라를 위한 기도를 뜨겁게 이어갔다. 대학교에서 시국 관련 성명서 발표와 시위가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캠퍼스 선교단체와 기독 연합 동아리들은 종강예배와 기도 모임에서 국가를 위한 간구에 집중했다.
서울대학교기독인연합(서기연)은 지난 7일 아침 기도회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기도제목’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며 모든 학생에게 함께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기도’, ‘위정자들에게 하나님의 지혜가 임하길 기도’ 등의 제목을 통해 국가를 위한 기도를 이어갔다.
중앙대학교 CCC(한국대학생선교회)는 같은 날 인스타그램에 올린 ‘12월 중보기도제목’을 통해 대한민국의 평안과 대통령, 국회의원들을 위한 기도 요청과 함께 이사야 32장 17절 말씀을 나눴다.
경희대학교 UCM도 12일 오후 6시 경기도 수원시 국제캠퍼스 동아리방에서 나라와 캠퍼스 학생들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이정민 UCM 간사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도인의 사회 참여는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시작인 줄 믿는다”며 “캠퍼스 안에 성경적 정의가 바로 세워지고 하나님의 등불이 이 나라와 청년들에게 꺼지지 않도록 함께 기도했다”고 전했다.
이화여자대학교기독인연합(이기연)은 11일 서울 서대문구 교내 예배실에서 열린 종강예배 후 기도회에서 디모데전서 2장 1~4절 말씀을 붙잡고 나라를 위해 기도했다. 이들은 “그동안 누렸던 평안이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였음을 잊고 나라를 위해 기도하지 않았음을 회개한다”며 “예수님을 믿는 국회의원들이 하나님의 뜻을 따라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하나님의 공의와 진리가 세워지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연세대학교기독인연합(연기연)은 지난 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캠퍼스 루스채플에서 열린 종강예배에서도 ‘나라를 위한 기도’를 진행했다. 연기연은 매년 개강과 종강예배 때마다 개인과 캠퍼스를 위한 기도는 물론 나라와 열방을 위한 중보기도를 필수적으로 포함해왔다.
김예승(21) 연기연 대표는 “우리는 항상 나라를 위해 기도해왔으며, 앞으로도 개강과 종강 예배마다 기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혼란스러운 시국을 맞이한 지금이야말로 모두가 연합해 나라를 위해 기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나라를 위해 기도하지 않았던 죄를 회개하고, 통회하는 마음으로 기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