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대통령 탄핵 정국에 돌입하면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연임 도전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올해 하반기 동안 체육계 개혁의 밑 작업을 주도하며 이들의 연임을 반대했던 문화체육관광부가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체육계 관계자는 12일 국민일보에 “계엄 사태로 인한 탄핵 정국이 이 회장과 정 회장의 선거 판세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정 회장은 이날 출마 기자회견 개최 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에 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정 회장,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의 3파전이 될 전망이다. 축구협회장 선거가 경선으로 치러지는 건 12년 만으로, 사실상 나머지 두 후보의 단일화 없이는 정 회장의 4선이 유력하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역대 최다인 8명이 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가장 유력한 당선 후보는 3선에 도전하는 이기흥 회장으로, 지난달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연임 승인을 받고 후보자 등록 의사 표명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 회장은 다음 주 중 출마 선언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 정국은 이들에게 뜻밖의 호재가 됐다. 최근까지 이들을 압박했던 문체부가 동력을 잃으면서 국면이 완전히 바뀌었다. 정 회장은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과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보조금 허위 신청 등의 비위로 문체부의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 요구를 받았다. 그간 문체부와 예산, 사업 등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쳤던 이 회장은 올해 강도 높은 감사 끝에 직무 정지를 당했다.
그동안 문체부의 압박으로 수세에 몰리는 듯했던 이들은 탄핵 정국으로 뜻밖의 호재를 만났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이 차기 선거에서 당선되면 불승인하겠다고 강조했던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계엄에 동조했다는 비판 속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유 장관이 물러나면 이들 단체장의 연임 도전에 걸림돌은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당장 체육계에선 “이제 정몽규 회장과 이기흥 회장의 연임 도전을 막을 세력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이 회장의 경우 8년 전 비슷한 사태로 반사이익을 얻은 바 있다. 2016년 박근혜 정부의 대한체육회-생활체육회 통합 기조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며 수영연맹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던 이 회장은 제40대 대한체육회 선거에서 통합 체육회의 초대 회장으로 당선됐다. 이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김종 문체부 차관이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리면서 문체부와 대립 구도를 이어올 수 있었다.
시국이 혼란한 틈에 선거 일정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체육회장 선거는 내년 1월 14일, 축구협회장 선거는 1월 8일 열린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