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이동통신사들이 대규모 시위대 결집에 따른 통신 장애에 대비하고 있다. 시민들은 혹시 모를 통신 차단 사태에 대비해 비상연락 체계를 공유하는 모습이다.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오는 14일 서울 여의도 등 주요 지역에 대규모 통신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통신망을 보강할 계획이다. 이동기지국 36대, 간이기지국 39대, 상황실·현장 대응 인력 124명이 투입된다. 지역별로 보면 이동기지국은 여의도에 29대, 광화문·시청에 6대, 용산에 1대 배치된다. 간이기지국 39대는 모두 국회의사당 인근에 설치된다.
통신사들은 대규모 인파가 몰려 서비스 장애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계엄 직후 첫 탄핵 표결이 이뤄진 지난 주말(7일)에는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지 못해 미리 이동식 기지국을 충분히 설치하지 못했다. 통신 3사는 당시 이동기지국 21대, 간이기지국 5대, 인력 88명을 투입했지만 트래픽 폭주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2차 탄핵소추안 표결 당일 국회 인근에는 전국 시위대가 결집하며 통신 트래픽이 평시의 수십 배 정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표결이나 시위 현장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려는 데이터 수요까지 몰리며 통상적인 연결 상태를 담보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상호 간 예비 소통망을 구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무선 인터넷이 끊겨도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앱이 대표적이다. 메시지 앱 ‘브릿지파이(Bridgefy)’는 인터넷망 대신 블루투스를 이용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인터넷이 아예 끊겨도 100m 이내라면 상호 간 메시지 송수신이 가능하다. 이 앱은 군부 쿠데타를 경험한 미얀마 등 해외에서도 시민 간 소통 창구 역할을 했다. 그 외 이동통신망이 아닌 전파를 활용해 지상파 방송을 수신하는 DMB 기능도 주목받고 있다. 통신 감청·검열을 우려한 수요로 텔레그램 이용자도 급증세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 3일 이후 텔레그램 신규 설치는 4배 넘게 증가했다.
통신사들은 통신 장애를 막기 위해 14일 통신 수요 예측에 애를 쓰고 있다. 지난 7일 국회 앞에서 벌어진 ‘범국민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인원은 경찰 추산 10만명, 집회 추산 100만명으로 오차가 컸다. 이번에도 수요 예측에 실패해 과소하게 자원을 투입할 경우 지난 7일처럼 통신망이 일시 마비될 가능성이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집회 참여 수요를 충분히 보수적으로 계산해 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통신 3사를 향해 “국민들이 통신장애로 불편을 겪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