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대통령 당선자의 자기부정” 선관위, 음모론 규탄

입력 2024-12-12 16:40 수정 2024-12-12 18:18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선관위의 선거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담은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이 제기한 부정선거 가능성을 강력히 규탄했다. 선관위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선거관리 시스템에 대한 자기부정과 다름없다”며 “계엄군의 선관위 청사 무단 점거와 전산 서버 탈취 시도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선관위는 12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이날 오전 발표된 윤 대통령의 담화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선관위는 “(지난해) 보안컨설팅 결과 일부 취약점이 발견되었으나, 북한의 해킹으로 인한 선거 시스템 침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러한 일부 취약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실시 전에 보안강화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특히 선관위는 일부 기술적 해킹 가능성이 있더라도 실제로는 다른 통제 장치들이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부정선거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선관위는 “설령 선거 시스템에 대한 해킹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의 선거에 있어서 부정선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기술적 가능성이 실제 부정선거로 이어지려면 다수의 내부 조력자가 조직적으로 가담하여 시스템 관련 정보를 해커에게 제공하고, 위원회 보안관제 시스템을 불능상태로 만들어야 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작한 값에 맞추어 실물 투표지를 바꿔치기해야 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선거 과정에서 수차례 제기된 부정선거 주장은 사법기관의 판결을 통해 모두 근거가 없다고 밝혀졌다”며 “부정선거에 대한 강한 의심으로 인한 의혹 제기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선거관리 시스템에 대한 자기부정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의 이번 담화를 통해 헌법과 법률에 근거가 없는 계엄군의 선거관리위원회 청사 무단 점거와 전산 서버 탈취 시도는 위헌·위법한 행위임이 명백하게 확인됐다”며 “중앙선관위는 이에 강력히 규탄하며, 이번 사건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관계 당국의 진실 규명과 함께 그에 따른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12일 긴급 담화문을 통해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그동안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지목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하반기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헌법 기관들과 정부 기관에 대해 북한의 해킹공격이 있었다”면서 “시스템 장비 일부분만 점검했지만 상황은 심각했다”고 밝혔다. 특히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하였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하여 12345 같은 식이었다”며 “당시 대통령으로서 국정원의 보고를 받고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같은 국정원의 보고를 토대로 선관위를 향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헌법기관이고, 사법부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있어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이나 강제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스스로 협조하지 않으면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며 “그래서 저는 이번에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계엄군은 계엄이 선포된 직후인 지난 3일 오후 10시 30분 선관위 과천청사 등에 진입했다.

국정원도 그동안 선관위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었다. 국정원은 지난해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공동으로 선관위 보안컨설팅을 실시한 뒤 “보안관리가 미흡해 해커가 개표결과 값을 변경할 수 있음이 드러났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사실상 부정선거 가능성을 국가기관이 인정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당시에도 “부정선거 방지를 위한 법적‧제도적 통제 장치 등을 배제한 상태에서 순수하게 기술적인 내용에 한정해 실시했다”며 “선거 시스템에 대한 해킹 가능성이 곧바로 실제 부정선거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