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도 등 돌렸다…10명 중 7명 “尹 탄핵 찬성”

입력 2024-12-12 16:24 수정 2024-12-12 16:47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교회 목회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민주와 헌정질서 보호를 위한 긴급 시국기도회'를 마친 뒤 국민의힘 당사까지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교회 목회자 67.2%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 최근 국민일보 창간기념 여론조사에서 파악된 전국적인 탄핵 찬성률과 견줘 약 7%포인트 낮은 수치다(국민일보 12월 10일자 1면 참조). 자신의 정치 성향을 중도로 평가한 국민들의 찬성률(79%)과는 더 큰 격차를 보였다. 탄핵 정쟁에 따른 교회 공동체의 분열보다 안정을 희구하고, 보수 지지층이 비교적 두터운 교계 배경이 이같은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목회자 10명 중 4명은 “설교를 통해 탄핵 관련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소장 지용근)가 12일 발표한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목회자 대상 긴급 의견조사’를 보면 응답자 10명 중 7명이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자들의 탄핵 반대(29%) 목소리는 국민(23%)보다 소폭 컸다.

퇴진 방식에 관해선 탄핵(38.1%) 하야(29.2%) 임기단축(13.1%) 순으로 의견이 모였다(그래픽 참조). 10명 중 약 2명(17.1%)은 “대통령이 임기를 끝까지 마쳐야 한다”고 답했다.


여야 정당엔 탄핵 추진이 요청됐다. “야당은 될 때까지 탄핵을 시도하고, 여당은 탄핵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는 게 목회자들의 중론이었다. 목회자 절반 이상(54.4%)은 “야당은 될 때까지 탄핵을 시도해야 한다”고 했고, 10명 중 6명 이상(65.1%)은 “여당은 탄핵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교회가 이번 사태에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엔 “한국교회의 입장을 성명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표명해야 한다”(58.7%)와 “정치적인 행동은 자제하는 게 좋다”(36.2%)로 입장이 갈렸다.

이번 조사는 12일까지 이틀간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전국 목회자 1209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표본추출은 편의추출로 목회데이터연구소 구독 목회자들을 중심,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무작위추출 가정 시 95% 신뢰수준에서 ±2.8%포인트다.

'윤석열 즉각 탄핵 구속 촉구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독시민단체와 신학대 교수들은 한국교회가 극단적 이념 정치에서 한 걸음 물러나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상처 입은 국민을 위로하고, 중용의 자세로 하나님의 공의와 평화를 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교회가 정치 갈등에 매몰되지 않길 당부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인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목회사회학)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퇴진 문제는 정치권이나 시민사회 차원에서 정리돼야 할 문제”라며 “교회가 찬반 한쪽에 힘을 보태겠다고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교계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는 실정에 대해선 “정치적 갈등 국면에서 교회까지 분열돼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교회가 복음의 능력을 상실할 때 사회 분열이 교회 내부를 파고든다”며 “계엄 사태로 상처받은 이들을 품고 약자를 대변하는 일에 집중할 때다. 정권 창출이나 권력 다툼에 교회가 휘말려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승구 합동신학대학원대(조직신학) 석좌교수 역시 “교회가 정치 다툼에 뛰어들면 교회 안에서 분열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럴 때일수록 교회가 특정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성경은 그리스도인 개인으로서는 세속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되 성경이 가르치는 원칙을 잘 배운 뒤 사회로 돌아가 개인으로서 참여하라고 말한다”며 “모든 이의 말과 행동에는 선과 악이 섞여 있기 마련인 만큼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느 것이 더 성경에 반하고 더 악한가를 잘 판단하며 하나님의 일하심을 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을 향해 비판 목소리를 낼 때 기독교인이 지켜야 할 태도도 제안됐다. 세계성시화운동본부와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김철영 목사는 “지도자가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 통치행위를 할 때는 비판하되 겸손하게, 저항하되 겸손과 온유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성 임보혁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