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관람률 19.9% 노년층…교회, ‘문화공간’의 터가 되다

입력 2024-12-12 15:26 수정 2024-12-12 17:44
일미터클래식 단원들이 12일 인천 부평구 주안장로교회에서 연주하고 있다.

12일 인천 부평 주안장로교회(주승중 목사) 글로리아홀. 일미터클래식(1mClassic) 단원들이 눈길을 맞추자 연주가 시작됐다. 첼로 피아노 클라리넷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겹겹이 쌓아 올린 클래식 악기의 화음은 듣는 이로 하여금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 클래식 연주가 끝날 때마다 조숙현 큐레이터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르네상스 시대 거장으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와 부오나로티 미켈란젤로(1475~1564) 두 예술가의 생애를 톺아보며 이들의 명화·조각 속 담긴 이야기를 풀어갔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은 눈으로는 화가의 그림 작품들을 감상하고, 귀로는 전문 연주자들의 클래식 음악을 함께 즐겼다. 교회와 일미터클래식이 이날 함께 마련한 그림 읽어주는 베토벤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연주회 현장이다.

주안장로교회는 어르신들에게 쉼의 시간을 선사하고자 이번 무대를 준비했다. 연주회에는 시니어 성도 200여명이 참석했다. 시니어사역국장 김정훈 목사는 “나이가 들수록 어르신들이 문화공연을 경험하는 빈도는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들 한다”면서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교회를 오랜 기간 섬겨주신 시니어 성도분들에게 이번 공연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문화관광체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0세 이상과 60대 고연령층의 문화예술 관람률은 각각 19.9%와 38.0%로 조사됐다. 전체 관람률(58.6%)과 견줬을 때 한참 모자란 수치다.

이번 무대가 오롯이 시니어 성도들을 위한 자리였기에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일미터클래식 단원들이 12일 인천 부평구 주안장로교회에서 연주하고 있다.

공연은 약 1시간 10분 동안 펼쳐졌다. 교인들에게 친숙한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비롯해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G선상의 아리아’ 등의 클래식 곡이 연주됐다. 그러면서 조 큐레이터가 ‘피에타’ ‘최후의 만찬’ 등의 작품들을 소개했다. CCM ‘은혜’를 함께 부르는 앙코르 무대도 이어졌다.

공연이 어르신들의 마음을 어루만졌을까.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 어르신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공연 말미 조 큐레이터는 “‘예술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다만 시대에서 시대로 넘어갈 뿐’이란 말이 있다”며 “여러분이 있기에 다음세대가 있고, 교회가 지금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여러분이 자부심을 느꼈으면 한다”고 전했다.

조현숙 크레이터가 설명하고 있는 모습.

이미라(70) 권사는 “고급스러운 클래식 연주회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교회에서 이 같은 공연을 볼 수 있어 너무 신선했다”며 “공연을 준비해준 연주단과 교회, 그리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숙자(72) 권사는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의 작품 속에 이렇게 심오하면서도 재밌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는지 잘 몰랐다. 특히 예수님을 끌어안고 있는 마리아 조각상 ‘피에타’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말했다.

인천=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