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동실] 대한민국 주권의 온전한 대외적 행사는 한순간도 멈출 수 없다

입력 2024-12-12 13:31 수정 2024-12-12 13:43

박동실 전 주모로코 대사·전 전북대 초빙교수

현재 대한민국은 매우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에 놓여 있다. 대통령의 엄중한 위헌적인 행위로 인해 대통령의 권위가 정상적인 상태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방안을 ‘우리 당’에 맡겨놓은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 행세하는 ‘우리 당’ 대표,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니면서 그러한 모습으로 보이는 국무총리가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시급히 해소돼야 한다.

우리 헌법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대통령 권한대행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민 주권을 대외적으로 행사한다.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일원이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존재를 표상하는 주권의 온전한 대외적 행사는 한순간도 멈출 수 없다. 이미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을 누가 행사하는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담화에서 자신의 임기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방안을 “우리 당에 일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서 정부는 어떤 정부를 의미하는가. 이 선언이 나오게 된 배경과 명시된 대통령의 임기 문제를 고려해 볼 때, 대통령을 대신해 권한을 행사하는 국무총리 주도의 정부를 말하는 것으로 추론된다. 그런데 여전히 대통령 자신이 국가 수이자 정부 수반이므로, 이제 대통령이 국민의힘과 잘 협력해 향후 국정 운영을 책임 있게 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공동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한 대표는 질서 있는 대통령의 조기 퇴진, 안정적인 정국 수습, 자유민주주의 확립 의지를 밝히고 대통령 퇴진 전까지 총리가 국민의힘과 긴밀히 협의해 외교를 포함한 국정과 민생을 챙길 것이라고, 총리에게 임무를 부여하듯 대통령 행세를 했다. 한 총리는 “저를 포함한 모든 국무위원과 부처의 공직자들은 국민의 뜻을 최우선에 두고 여당과 함께 지혜를 모아 모든 국가 기능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운영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태에서 대한민국 주권의 대외적 행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통령이 자제하면 총리가 주권을 대외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의 대외적 주권을 누가 행사하는지 의문을 표시하는 국가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은 조약을 체결·비준하고, 외교사절을 신임·접수 또는 파견하며, 선전포고와 강화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무력 공격을 받는 경우 우리나라는 고유한 자위권으로서 선전포고할 수 있는 헌법적·국제법적 권리가 있다. 그런데 현재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아니므로 여전히 윤 대통령이 이 권한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조약의 체결·비준, 외교사절의 파견·접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와 같은 상태에 있는 대통령이 계속 이러한 주권을 행사해야 하는가. 국민은 혼란스럽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우리 헌법은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대통령이 궐위이거나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총리 및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서로 권한을 대행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통령이 궐위가 아닌 것은 명백하며, 그만큼 명백하지는 않으나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우리 헌법은 대통령 권한의 행사가 정지되는 구체적인 경우로 국회가 탄핵소추를 결의해 헌법재판소에 의한 탄핵 심판이 있을 때까지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또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존재는 막중해 부재가 한순간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1963년에 암살된 후 2시간8분 만에, 린든 존슨 대통령은 비행기 안에서 대통령 선서를 했다. 스웨덴 제국과 러시아 차르국의 대북방 전쟁(1700-1721) 당시 칼 12세 스웨덴 국왕이 공성전 중에 총알을 맞고 사망한 결과 스웨덴은 제국의 지위를 상실했다. 포르투갈 국왕 세바스티앙 1세가 무리한 모로코 원정 중에 크사르 엘케비르 전투(1578년)에서 사망해 포르투갈 왕조는 단절됐다. 이와 같은 역사적 사건은 희박하고 우연적일 수 있지만, 국가원수의 중요성을 시대를 초월하여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