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약 일주일간의 노벨주간을 마무리하며 문학을 희망과 연결지었다.
한강은 11일(현지시간) 한국기자들과 기자간담회에서 “글을 쓰려면 어떤 최소한의 믿음이 항상 필요하다”면서 “언어가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한 줄도 쓰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 자체가 믿음을 근거로 하는 것”이라며 “그게 아주 미약한 믿음이라고 해도, 꼭 어떤 사회적인 것을 다루지 않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개인적으로 보이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작은, 최소한의 언어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쓰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이렇게 말을 건네고, 글을 쓰고, 읽고, 귀 기울여 듣는 과정 자체가 우리가 가진 희망을 증거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의 의미에 대해 “강연문을 쓰면서 제 과거를 많이 돌아보게 됐고, 내가 어디쯤 있고 어디서 출발해 여기까지 왔는지 나의 ‘좌표’를 파악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여태까지도 늘 써왔는데 앞으로 글을 쓰는 게 어려워질 이유는 없다고 생각돼서 계속 쓰던 대로 쓰려고 한다”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제게 의미가 컸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자신의 작품 중 독자들이 ‘소년이 온다’를 먼저 읽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소년이 온다’가 “실제 일어난 사건을 다루는 만큼 더 조심스러웠다”면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이해하는 ‘진입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자신의 작품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전해준 번역가들에게 감사 인사도 전했다. 한강은 “(제 작품이) 번역된 언어가 28개 혹은 29개 되는 걸로 알고 있고, 번역가 수는 50명 정도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계시지만, 모르는 분들이 훨씬 더 많은 상황”이라며 “그러나 (번역가들과 저는) 문장마다 함께 있고 모든 문장 속에 함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상 시상식 연회에서 발표한 수상 소감에 이런 내용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려했지만 시간 때문에 10분가량의 초안을 대폭 줄이는 과정에서 포함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기자간담회에서는 비상계엄 사태로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질문도 나왔지만, 한강은 “제가 5일 한국에서 출국하기 전까지 뉴스로 상황을 접했는데 여기 도착한 뒤로 일이 너무 많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며 “어떤 말을 할 만큼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강은 12일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낭독 행사를 끝으로 지난 5일부터 시작된 ‘노벨 위크(Nobel Week)’ 일정을 마무리하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