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1호 친구(first buddy)’로 급부상하면서 테슬라 소유자 사이에서 그를 비판하거나 칭찬하는 차량 범퍼 스티커를 붙이는 게 유행이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이날 “머스크만큼 자사 제품과 밀접하게 연관된 기업인은 거의 없다”며 “극우 정치 세계에서 그의 부상은 트럼프 지지 테슬라 소유주들 사이에서 많은 축하를 받았지만, 그 움직임에 동의하지 않거나 단순히 머스크에 지친 사람 사이에서는 큰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을 싫어하는 진보층은 머스크가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를 열광적으로 지지하고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수장까지 맡자, 테슬라 차량 범퍼에 비판 문구를 적은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테슬라를 좋아해 소유하고 있지만, 머스크는 싫은 진보층이 고육지책으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차량에 나타내는 방식이다.
‘이 차는 일론이 미치기 전에 샀다’는 문구가 대표적이다. 해당 스티커를 판매하는 매슈 힐러는 현재까지 30개국에 1만8000개를 팔았다고 전했다. 뉴욕 브롱크스에 사는 부동산 중개인 브라이언 에솔라도 자신의 테슬라 범퍼에 ‘안티 일론 테슬라 클럽’이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 그는 “머스크의 사업적 노력에는 감사하지만, 그의 말과 행동은 지지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대 교수 모건 에임스도 테슬라 차량을 두 대나 소유하고 있지만 머스크가 우익 성향의 발언을 쏟아내자 차량 범퍼에 ‘닥쳐 머스크’라는 스티커를 붙였다.
머스크 지지자들도 역공에 나섰다. 머스크 지지자들은 자신의 테슬라 차량에 “일론이 멋지다는 걸 알고 나서 이 차를 샀다’는 문구 등이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미국 중부에서 기계 공장을 운영하는 션 지에스는 아내에게 “일론이 보수주의자를 지지할 경우, 나는 전기차를 싫어하지만 일론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한 뒤 실제로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을 샀다. 그는 차량 범퍼에 ‘일론은 멋지다’는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
NYT는 “회사의 제품이 회사 최고 경영자를 직접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은 테슬라만의 독특한 상황”이라며 “반(反) 머스크 범퍼 스티커는 자신들(머스크 비판자)이 소유한 테슬라 차량을 팔지 않고도 그 회사 최고경영자(머스크)와 거리를 둘 수 있게 해준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