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11일 전격적으로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착수했지만 청사 내로 진입하지 못하는 등 난항을 겪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기록물 등 ‘국가 기밀 문건’을 보관하는 곳이란 특성상 진입이 아닌 허가 방식으로 압수수색이 진행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형사소송법에는 국가적 기밀을 다루는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에 관해 제한을 가하는 내용이 규정돼 있다. 형소법 제111조(공무상 비밀과 압수)에는 ‘공무원이 소지·보관하는 물건에 관해 본인 또는 해당 공무소가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에는 그 소속 공무소나 감독 관공서의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그러면서도 ‘해당 공무서나 감독 관공서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해 ‘국가 중대 이익’인 경우에만 수사를 거부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대통령실은 대통령기록물 등 역사적인 기록을 생산하고 남기는 공무 장소라는 특성에 비춰볼 때 이번 압수수색 역시 그런 요인이 고려돼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도 전날 상황을 설명하면서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는 대통령실이라는 장소 특수성을 감안해 임의제출로 먼저 자료를 확보하라는 내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의제출이 불가능할 경우 관리자 허가에 따라 압수수색하라는 단서가 있었다고 경찰 특별수사단은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대통령실이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며 “법과 이전 정부에서의 관례에 입각해 대응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사상 첫 용산 대통령실 압수수색은 수사의 기밀성을 중시하는 전통적 개념의 ‘진입식’ 압수수색 형태가 아닌 일정 부분 조율해 임의제출하는 ‘허가식’ 압수수색으로 보인다.
그간 대통령경호처는 형소법 규정을 토대로 대통령기록물 및 경호법 등을 토대로 수사기관의 청와대·대통령실 경내 진입을 불허해 왔다. 이에 따라 경내가 아닌 청와대 연풍문 등 일정한 지정 장소에서 임의제출한 자료를 받아오는 방식이 활용됐다.
과거 청와대 시절에도 압수수색 시도는 이 조항에 따라 크고 작은 충돌이나 기싸움을 치렀다. 지난 문재인정부 때에는 2018년 12월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2019년 12월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등 총 네 차례 청와대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영장이 집행됐다. 다만 이는 임의제출 형식으로 마무리됐다.
박근혜정부 때도 국정농단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017년 2월 압수수색을 시도한 것을 비롯해 세 차례의 압수수색영장 집행이 있었다. 이때도 검찰은 모두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받았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