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연극에 출연하면서 ‘이게 무대의 맛이었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연인’으로 친숙한 스타 배우 안은진이 2017년 ‘유도소년’ 이후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왔다. 지난달 29일부터 국립극단의 김민정 연출 ‘사일런트 스카이’(~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 출연 중인 안은진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을 하면서도 늘 무대에 다시 서고 싶었다”면서 “매일매일 관객을 만나는 설렘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는 .20세기 초 미국의 천재 여성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1868∼1921)의 삶을 그렸다. 이 작품을 쓴 작가 로렌 군더슨은 역사 속에서 다양한 여성들을 조명해왔다. 미국에서 여성에게 투표권이 허락되지 않았던 당시 레빗은 래드클리프 여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천문대에서 ‘하버드 컴퓨터’로 불리는 계산원으로 일했다. 당시 여성은 천문대에서 망원경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레빗 역시 관측 자료를 분석하는 일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레빗은 끈질긴 연구 끝에 변광성의 성질을 이용해 먼 은하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표준광원법’ 개발에 이바지했다. 그의 연구 결과는 1929년 에드윈 허블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허블의 법칙’을 입증하는 토대가 됐다.
안은진은 “올 초 김민정 연출님에게 대본을 받고는 바로 출연을 결심했다”면서 “여성이건 남성이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극장에 많은 분이 찾아와주시는 것 같다”고 피력했다.
안은진은 지난 2012년 김민정 연출의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앙상블로 데뷔했다. 이후 김민정 연출가와 뮤지컬 ‘배니싱’과 ‘명동로망스’ 등 여러 작품을 함께했을 정도로 인연이 깊다. 그는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것이 떨렸지만, 김민정 연출님에 대한 믿음으로 바로 극복했다. 요즘엔 무대에서 더 진하고 재미있게 노는 중”이라면서 “무대 연기에 대한 감각을 찾기 위해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전미도 언니에게 전화해 물어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작품은 주인공 레빗 이외에 그와 함께 ‘하버드 컴퓨터’로 일하며 천문학사에 업적을 남긴 동료 여성 천문학자들에게도 시선을 돌린다. ‘하버드 항성 분류법’을 완성한 애니 캐넌(조승연)과 최초로 백색왜성을 발견한 윌러미나 플레밍(박지아)이 그들이다. 여기에 헨리에타의 동생 마거릿 레빗(홍서영)까지, 여성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어려움을 헤쳐가며 서로에게 힘을 주고 끝까지 함께 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안은진은 “원캐스트이기 때문에 배역에 대한 배우들의 몰입도가 좋다. 연습 기간 서로 돕고 의지하며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정말 ‘합’이 좋다고 자부한다”고 전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