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본 “극히 일부만 임의제출, 굉장히 유감” 용산 압수수색 일단락

입력 2024-12-11 21:04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수사관들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임의제출 받은 증거물을 챙겨 청사를 빠져나오고 있다. 김지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국수본은 영장에 기재된 용산 대통령실 청사 내 압수수색 장소들에 직접 진입하지는 못하고, 오랜 협의 끝에 일부 자료를 임의제출받았다. 국수본은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자료만 제출받았다”며 큰 유감을 표명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법과 이전 정부 관례에 입각해 대응했다”고 했다.

국수본 관계자는 이날 오후 7시45분쯤 현장 취재진과 만나 “사안의 중대성, 대통령이 직접 관련된 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대통령실에 들어가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강력히 요청했지만 군사상 비밀 등의 이유로 (대통령실이) 거부했고, 그에 따라 임의제출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원래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확보하려 했던 자료 중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것만 제출받았다”며 “굉장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극히 일부’의 자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국수본은 이날 오전 11시40분쯤 용산 대통령실 정문에 도착했지만 곧장 내부로 들어가지 못했고 방문객들이 출입 시 거치는 행정안내실 쪽으로 이동했다. 국수본은 안내에 따라 이 행정안내실 2층에 있는 회의실에 머물며 영장 기재 장소를 관리하는 당국자들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국수본 관계자들은 압수수색을 위한 푸른색 박스, 디지털 포렌식 기기 등을 지참한 상태였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기 시간이 계속되며 국수본 관계자가 다시 1층으로 내려와 항의의 발언을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국수본은 압수수색 영장 기재 피의자가 윤 대통령이며, 혐의는 ‘내란 등’이라고 선명하게 밝혔다. 압수할 장소는 대통령실 국무회의실, 경호처, 101경비단, 합동참모본부 지하 3층 통합지휘실 등이라고도 말했다. 다만 수사인력들이 직접 이곳을 들어갈 수는 없었다. 국수본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국무회의가 개시된 때 당시 출입했던 사람을 확인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말해 수사 초점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전후 국무회의 과정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수본 측이 철수한 뒤 “법과 이전 정부의 관례에 입각해 대응했다”고 말했다. 검찰이나 특별검사팀 등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청와대 내 장소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때에도, 이들 수사기관이 직접 해당 장소에 들어간 전례는 없다. 청와대는 형사소송법을 들어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이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한다는 논리를 강조해 왔다. 이는 박근혜정부, 문재인정부 모두 그랬다.

법원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면서 임의제출 형식의 자료 제출이 가능하도록 했고, 임의제출이 불가능할 경우에 한해 관리자 허락에 따라 압수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에서는 윤재순 총무비서관이 나와 국수본 관계자들을 응대하며 자료 제출 방안을 논의했다. 계엄사령부가 설치돼 있었던 합참 관계자들이 국수본 관계자들을 찾아와 제시한 영장 내용을 검토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총 8시간의 압수수색은 결국 일부 자료의 임의제출과 이에 대한 국수본의 유감 표명으로 일단락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용산 대통령실을 향한 첫 수사기관의 강제수사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임의제출을 한 것 이외에 추가로도 자료를 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수본 관계자는 “자료들 중에 추가로 주겠다는 자료가 있으나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일도 오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진 않다”며 “저희가 다시 집행하는 건 아니다”고 답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