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식’ 홍창현이 광동 프릭스에 합류했다. 아프리카 TV(現 SOOP) ‘BJ 다표너’의 화려한 귀향이다. 지난 11월 자유 계약(FA) 신분으로 전환된 그는 광동과 2년 계약을 체결했다. 10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광동 연습실에서 그를 만났다. 광동으로 향한 이유, 차기 시즌에 임하는 각오 등을 들어봤다.
-LCK로 리턴한 뒤 1년간 KT 소속으로 활약했다.
“팀원들끼리 깊은 유대감으로 똘똘 뭉쳐 보낸 1년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고양에서 열린 T1 홈그라운드 경기에서 이겼을 때다. 반면 시즌 막바지에 심적으로 지쳐서 좋은 멘탈을 유지하지 못했던 점이 가장 아쉽다. 올해 KT가 월즈 지역 대표 선발전 최종전에서 2대 3으로 져서 진출이 좌절됐다. T1 상대로 ‘퍼펙트’ (이)승민이에게 방패를 쥐여주기보다는 ‘제우스’ 최우제 선수와 칼 대 칼로 맞붙는 전략을 준비했다. 연습 기간이 부족해서 그런지 준비가 부족했다. 쉬는 동안 월즈를 재밌게 봤다. 휴가 기간인데도 LoL이 하고 싶을 정도로. 라인 스와프가 많이 나왔다. 스와프를 하면 정석과 다른 플레이가 많이 나와서 즉흥적인 대처 능력이 중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복수의 팀이 러브 콜을 보냈다. 광동 입단을 선택한 이유는.
“서사를 부여할 수 있는 팀, ‘표식’이라는 선수를 빛내줄 수 있는 팀으로 가고 싶었다. 함께할 선수단도 마음에 들었다. ‘두두’ (이)동주는 스스로에게 가혹한 선수인 것 같아서 대견하면서도 걱정이 좀 된다. ‘불독’ (이)태영이는 무언가를 고치려고 하는 태도가 좋은 것 같다. 바텀 듀오는 알아서 잘해줄 거라 믿는다. ‘버서커’ (김)민철이는 북미에서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 나머지 선수들과는 이번이 초면이지만 빠르게 친해지고 있다. 코치진과도 아직 게임에 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눠보지 않았지만 우선 사람 대 사람으로서는 성향이 잘 맞는다. 광동과 2년 계약을 맺었다. 예전부터 한 팀에서만 프로 생활을 하고 싶었다. 누군가는 늦었다고 하겠지만 나는 이번 정착이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차기 시즌에 목표로 하는 바가 있다면.
“프로게이머는 성적이 최우선이다.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 당장은 동부권(6~10위권) 전력이지만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좋다고 생각해서 차근차근 호흡을 맞춘다면 금세 서부권(1~5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단이 모두 난전에 강하다. 교전으로 변수를 만들어내는 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새로운 팀원들과 호흡을 맞춰봤나.
“아직 연습을 많이 해보지는 않았다. 동주나 태영이는 김대호 감독님과 2년을 했다 보니 아직 김 감독님이 추구했던 운영을 한다. ‘라이프’ (김)정민이는 작년에 LPL에서 활동해서 그런지 LPL의 운영을, 민철이는 LCS의 방식으로 운영을 한다. 나는 KT에 있었지만 워낙 들쭉날쭉했던 팀이라…(웃음) 5명의 생각이 많이 다르다. 이것을 하나로 좁혀가는 단계다.”
-성적 외에도 홍 선수만의 목표가 있다면.
“프로게이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성적이다. 꼴찌 하면 다른 목표를 세우고 달성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최소한의 성적은 내고 싶다. 더 길게 내다본다면 월즈 진출이 목표다. 언제나 선수들에겐 월즈가 꿈의 무대다. 그리고 팬분들께서 우리 광동 프릭스의 매력을 많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기존과 다른 광동 프릭스의 색깔을 보여드리겠다. 응원해주신다면 재밌는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
-차기 시즌엔 새로운 오브젝트가 등장하는 등 게임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
“라이엇 게임즈가 대규모 패치를 할 거면 지금보다 더 빨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수들이 새롭게 팀을 꾸리면 직후에 한 달 정도 연습을 하지 않나. 그 이후에 신규 패치를 하고 게임이 완전히 달라지니까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사실 메타를 빠르게 인지하는 것도 프로의 능력이긴 하다. 올해 유충 패치도 그렇고 라이엇 게임즈는 지속적으로 교전을 유도하고 싶은 것 같다. 메타를 빠르게 알면 초반에 점수를 따는 거고 늦게 깨달으면 연패하고 들어가는 거고…. 소위 ‘날먹’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실력의 일부분이다. 올해 KT에서도 유충을 하나만 먹고 빠지는 전략으로 재미를 많이 봤다.”
-LCK 컵에는 피어리스 밴픽도 시범 도입된다.
“어제 시험삼아 하드 피어리스 룰로 스크림을 해봤다. 3세트부터는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 개개인의 챔피언 폭이 넓다고 해서 끝이 아니더라. 한 명이 특정 챔피언을 하고 싶으면 조합의 완성도를 위해 다른 선수가 거기에 맞춰줘야 하니까. 1~2세트 밴픽부터 잘 설계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선수로서는 더 재밌다고 느낀다. 보시는 분들도 그렇듯 선수들도 같은 챔피언만 하면 플레이의 재미가 덜하다. 승리를 위해서 같은 챔피언만 반복해서 하는 건데 그걸 규칙으로 막아놨으니 전보다 게임이 재밌어질 것 같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