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11일 오전 11시40분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정문에 도착했다. 그러나 수사인력과 차량이 곧장 용산 대통령실 내부로 진입하지는 못했다. 국수본 관계자들은 대통령실 정문과 연결된 출입시설인 행정안내실 2층으로 일단 안내됐고,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던 대통령실 직원 일부가 부리나케 현장으로 달려왔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용산 대통령실을 향한 첫 강제수사였다.
국수본은 이날 압수수색의 주된 초점이 윤 대통령의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전후 국무회의 개최와 관련된 사실임을 숨기지 않았다. 본인을 ‘안보수사단에 근무하는 안보수사1과장’이라 밝힌 김근만 총경은 “시설 책임자를 면담해 영장을 제시해야 해서, 책임자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 총경은 “국무회의가 개시된 그때 당시 출입했던 사람을 확인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았다”며 “관련 자료가 있으면 압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장 기재 혐의는 내란, 그리고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김 총경에 따르면 이날 대통령실 등 현장에 파견된 수사인력은 총 18명이었다. 이들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 후 압수물들을 보관할 푸른색 빈 박스, 디지털 포렌식 기기도 지참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들은 행정안내실 2층의 회의실에서 ‘시설 책임자’와의 면담을 기다려야만 하는 시간을 여러 시간 보내야 했다. 오후 1시10분쯤에는 한 국수본 관계자가 2층 회의실을 나와 1층으로 내려가 민원 담당 직원에게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렸다” “전달이 되지 않았나, 책임자를 불러달라”며 약간의 항의를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후 국수본이 면담을 요구한 ‘시설 책임자’들이 이들이 모인 회의실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는 모습이었다.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2층 회의실을 찾아와 국수본 관계자들과 비교적 오래 대화를 나눈 뒤 다시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복귀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법원이 허락한 압수수색 장소에는 대통령 집무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윤 비서관은 국수본과의 면담 이후 돌아가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회의실에 남은 국수본 관계자들은 누군가와 열렬히 통화를 하기도 하고, 생수를 요청해 마시는 모습을 보였다.
“합참이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여 답한 영관급 장교 등이 회의실로 들어가는 장면도 포착됐다. 국수본 관계자들은 회의실에서 이들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은 영장을 천천히 넘기고 메모해 가며 읽는 모습이었다. 국수본 관계자가 설명하는 내용을 합참 관계자들이 귀기울여 듣는 모습, 반대로 합참 관계자가 설명할 때 국수본 관계자가 급히 메모하는 모습, 닫혔던 회의장 문을 열고 누군가를 급히 부르는 모습도 있었다.
영장 집행을 위한 방식과 절차, 대상 등을 법리와 전례에 따라 면밀히 서로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합참은 “전 계엄사령부가 사용한 시설과 장비와 관련한 압수수색을 협의 중”이라며 “합참에 대한 압수수색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중간중간 각 기관의 방문 절차를 관리한다는 실무자들이 2층 회의실을 오갔다. 취재진은 회의실을 드나드는 이들을 상대로 “어떠한 논의를 했느냐”는 등의 질문을 던졌으나 모두 함구했다. 현장의 국수본 관계자는 이날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 속 장소에 ‘관저’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