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쌓고 매출 증대까지… 기업들의 ‘의인 마케팅’ 전략

입력 2024-12-12 10:00 수정 2024-12-12 10:00
길거리에서 ‘묻지마 폭행’을 당하던 여성을 구하고 범인 검거를 도운 이상현(왼쪽)·이수연(24)씨 부자. LG복지재단 홈페이지 캡처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을 구한 이들의 의로운 행동이 알려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달리는 댓글이 있다. “의인상을 드려야 합니다.” 이는 LG그룹이 2015년부터 시행해 온 ‘LG 의인상’을 두고 한 말이다. LG는 자신을 희생하며 타인을 구한 사람들에게 상금과 함께 포상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묻지마 폭행을 당하는 여성을 구하려다 큰 부상을 입은 이수연씨의 사연에도 “LG 의인상에 추천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실제로 이씨가 한 달 뒤 LG 의인상을 수상하자 “국가가 해야 할 일을 LG가 한다”며 누리꾼의 찬사가 이어졌다.

LG 외에도 포스코와 GS칼텍스 등 국내 대기업은 의인이나 영웅을 발굴해 사회적 귀감이 되는 인물을 선정하고 있다. 포스코는 2019년부터 ‘포스코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GS칼텍스는 2020년부터 ‘참사람상’을 통해 의로운 행동을 기리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의인 발굴과 포상에는 상당한 비용이 뒤따른다. LG 의인상의 경우 정확한 상금이 공개된 적은 없지만 1인당 받는 금액이 최소 10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수상자는 222명에 달한다. 상금에만 최소 22억원 이상이 투입된 셈이다. 여기에 수상자 발굴과 행사 기획 등의 부대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이 같은 활동을 주로 적십자와 같은 비영리단체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영웅을 발굴하는 이유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를 통해 얻는 이점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한 기업 관계자는 “고객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경영학회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은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를 높이고, 이는 매출과 기업 성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쓰오일은 2006년부터 ‘소방영웅지킴이’ 캠페인을 통해 긴급 구조 현장에서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헌신한 소방관을 ‘올해의 영웅 소방관’으로 선정해 상패와 상금을 수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순직 소방관의 자녀에게 학자금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처음에는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영역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이후 소방관들 사이에서 에쓰오일의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좋아졌다”며 “현재는 시민영웅과 해양경찰영웅에게도 포상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12일 “앞으로는 ESG 활동을 잘하는 ‘착한 기업’이 돈을 잘 버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MZ세대가 소비력을 갖출수록 사회적 책임 활동을 강조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소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