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수장이 한미 간 소통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 장관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사가 장관께 전화했는데 왜 받지 않았나’라고 묻자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고, 잘못된 정세 판단과 상황 판단으로 해서 미국을 미스리드(mislead·잘못 이끌다)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미국 측이 주한대사를 통해 급히 상황을 파악하려 했으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이날 앞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골드버그 대사가 계엄 당일 조 장관과 연락이 닿지 않아 ‘윤석열 정부 사람들하고 상종을 못 하겠다’는 취지로 본국에 보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은 실제 국무부 2인자인 커트 캠벨 부장관이 윤 대통령이 “심한 오판”(badly misjudge)을 했다고 평가하는 등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미국은 또 일본 방문과 세트로 추진해온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을 보류하고,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도상연습(4∼5일 예정)을 개최 하루 전날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조 장관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뒤인 5일과 8일 골드버그 대사를 접견하고 국내 상황 및 한미동맹의 중요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조 장관은 대화 내용에 대해 “여러 불투명한 상황에 대한 걱정도 했고 궁금한 것들에 대해 의견 교환을 했다”면서도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