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프’ 타고 K뷰티 훨훨… 美시장 공략 이어간다

입력 2024-12-12 00:05
에이피알 메디큐브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홍보 이미지. 에이피알 제공

국내 뷰티기업들이 미국 최대 쇼핑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11월 21일∼12월 1일) 주간 글로벌 소비자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특히 글로벌 이커머스인 아마존에서 뷰티 카테고리 상위에 오르는 등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품질 대비 합리적인 가격과 적극적인 인플루언서·SNS 마케팅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장품·미용기기 업체인 에이피알은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약 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11일 밝혔다. 지난 3분기 미국 시장 전체에서 거둔 매출의 70%가 넘는 금액을 이 기간 거둬들인 셈이며 회사가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거둔 최대 성과다.

특히 아마존에서 진행한 프로모션에서 2300%가 넘는 매출 신장을 달성했다. 특히 메디큐브 화장품과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 홈 뷰티 디바이스의 실적이 가장 높았다. 이날 에이피알 주가는 전장 대비 1.86% 오른 5만4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주가는 장 초반 8.35% 오른 5만84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화투자증권은 3분기부터 에이피알의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서는 등 해외 사업 확대가 가속화하고, 국내에서도 기존 제품 리뉴얼과 신제품 출시로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페이스샵 미감수 브라이트, 빌리프 모이스춰라이징 아이 밤, 유시몰 화이트닝 치약, CNP 프로폴리스 립세린 제품 홍보 이미지. LG생활건강 제공

LG생활건강도 아마존 블랙프라이데이에서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156% 증가하며 이 기간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주로 미국 시장 진출에 주력하고 있는 브랜드 더페이스샵, 빌리프, CNP를 중심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더페이스샵은 ‘미감수(Rice Water Bright)’ 라인을 중심으로 매출이 148% 성장했다. 미감수 클린징 폼 제품은 세안 부문 전체 7위를, 클렌징 오일은 메이크업 세안 오일 부문 3위, 미감수 듀오 세트는 스킨케어 세트 부문에서 3위에 올랐다. 이 외에도 빌리프의 ‘아쿠아 밤 아이 젤’, CNP ‘프로폴리스 립세린’, 유시몰의 치약 등이 매출 순위에 오르며 성과를 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북미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 포지셔닝에 알맞은 인플루언서를 섭외해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여러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나가고 있다”면서 “내년에도 북미 시장에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네이처리퍼블릭도 아마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주력 제품인 허니 멜팅 립이 5만여개나 판매되는 등 K뷰티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뉴욕에 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측도 “아마존 주 고객인 젠지(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 출생) 세대를 겨냥해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틱톡 바이럴을 진행한 것이 매출 상승의 주효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미샤 BB크림 제품 홍보이미지. 에이블씨엔씨 제공

에이블씨엔씨의 화장품 브랜드 미샤는 신제품 ‘M 퍼펙트 커버 세럼 BB크림’이 아마존 신상품 소개 코너인 ‘핫 뉴 릴리스(Amazon Hot New Release) 페이스 메이크업’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미샤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아마존 베이스 메이크업 카테고리에서 신제품 출시 단 한 달 만에 이룬 성과”라며 “초도 물량은 이미 완판됐으며 빠르게 증가하는 판매량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샤는 최근 미국 뷰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킨스트리밍(Skin Streaming)’ 트렌드에 부합한 효율적이고 간소화된 제품 기획이 성공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스킨스트리밍은 과도한 스킨케어 단계를 줄이고 최소한의 제품으로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바쁜 현대인들에게 이상적인 뷰티 트렌드로 꼽힌다.

이번 성과에는 틱톡(TikTok)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한 입소문도 통했다. 틱톡에서는 미샤 BB크림을 사용하는 인플루언서와 팬들을 중심으로 신제품 소식이 백만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했다.

헬스&뷰티 전문 기업 코리아테크는 스킨케어 브랜드 ‘가히’의 글로벌 판매 호조로 최근 한국무역협회로부터 ‘1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2020년 론칭한 가히는 지난해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고 현재 아마존 등 글로벌 이커머스에 입점해 미국·일본을 비롯한 11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멀티밤’을 중심으로 현지 시장 맞춤 전략을 펼친 결과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수출액 1000만 달러를 돌파하며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올해는 전체 해외 매출 중 절반 가까이(40%)가 미국에서 발생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올해 1∼11월 화장품 수출액은 93억 달러(약 13조원)로 같은 기간 최고 기록(2021년 92억 달러)을 갈아치웠다. 화장품 수출은 최근 9년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10월에만 10억 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이 우리 화장품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이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 3분기 대미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8.6%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화장품은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이 합리적인 데다 K팝, 한국 드라마와 영화, SNS를 통한 K콘텐츠 확산이 우리 화장품의 글로벌 진출을 더욱 확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