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상계엄’ 8일 만에 보도…“괴뢰한국 아비규환”

입력 2024-12-11 16:12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비상계엄 사태 8일만인 11일 남한 내의 집회 모습 등 21장의 사진과 함께 관련 사실을 보도했다. 국민일보DB

북한이 남한의 12·3 비상계엄 사태 8일 만에 처음으로 관련 보도를 전했다. 비상계엄 상황에 대한 별다른 평가 없이 상황에 대해서만 서술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1일 남한 내의 집회 모습 등 21장의 사진과 함께 관련 사실을 보도했다. 기사 분량은 2300자에 달했다.

보도가 8일 만에 나온 이유는 그간 비상계엄 사태 후 상황을 지켜보고 어떤 대응을 내놓을지 고민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통신은 “파쇼 독재의 총칼을 국민에게 서슴없이 내대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 온 괴뢰한국 땅을 아비규환으로 만들어놓았다”고 언급했다. 나머지 내용은 남한 언론과 외신들의 보도를 서술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비상계엄 상황에 대해서는 별다른 평가가 없었다.

구체적으로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후부터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이후 국회에서 야권의 탄핵소추안 발의와 탄핵 무효, 집회 내용 등을 상세히 서술했다. 대구, 인천 등 각 지역에서 벌어진 집회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북한이 이 같은 방식으로 비상계엄 사태를 보도한 것에는 남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상황에서 지나친 간섭은 피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통화에서 “자신들의 의견이 아닌 국내외 언론 보도 내용만 그대로 읊었다. 굉장히 조심스러운 태도”라며 “당분간 사실 보도 형태로 객관적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당분간 내부 체제 선전에 남한 상황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은 본인들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인 시리아가 무너지고 환율도 크게 오르는 등 내부 체제에 대한 안정적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한국 상황을 비난하면서 2국가론 주장의 명분으로 활용하고 내부적으로 체제 선전을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