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퇴임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을 거론하며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선 이후 ‘평화적 정권 이양’을 강조하며 트럼프를 향해 말을 아꼈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작심한 듯 트럼프의 각종 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바이든은 이날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에서 한 연설에서 “트럼프는 관세의 비용을 미국 소비자가 아닌 외국이 부담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가파른 보편관세를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부과할 결심인 것으로 보인다”며 “나는 그런 접근은 중대한 실수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보편 관세 부과를 강조하면서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을 특정해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바이든은 이어 “나는 신에게 대통령 당선인(트럼프)이 ‘프로젝트 2025’를 폐기하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며 “내 생각에 그것은 우리와 이 지역에 경제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로젝트 2025는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이 만든 정책 자료로, 트럼프 1기 당시 관료들이 다수 참여했다. 교육부 폐지, 불법 이민자 대응 등 강경 우파 색채가 강해 트럼프도 선거 기간에는 이들과 거리를 뒀다.
바이든은 또 재임 중 실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을 거론하며 “우리가 한 역사적 투자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주보다 공화당 지지 주에 더 많이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조지아주의 태양광 전지 공장 등을 닫지 말라고 트럼프에게 촉구했다. 특히 자신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만나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에 대해 논의한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또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겨냥해 “우리가 세계를 이끌지 않으면 어느 나라가 세계를 이끌 것인가”라고 말했다. 바이든의 이날 연설은 40분가량 이어졌다. 폴리티코는 “대선 5주 만에 바이든은 트럼프의 정책 계획에 대해 가장 날카롭게 비판했다”고 전했다.
바이든은 또 대선 당시부터 쟁점이 돼 온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불허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바이든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따른 안보 영향 문제를 검토해온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로부터 이달 22∼23일쯤 관련 결정을 통보받는다. 이후 15일 이내 최종 방침을 발표하거나 아니면 CFIUS의 심사를 연장할 수 있다. 백악관은 “대통령은 처음부터 US스틸이 국내에서 소유·운영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었다”며 “대통령은 CFIUS의 절차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철강산업의 상징인 US스틸이 지난해 12월 일본제철에 인수된다고 발표되자, 바이든과 트럼프, 민주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까지 모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바이든의 연설 뒤 그의 경제 정책을 조롱하는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해당 밈은 바이든이 “당신이 세금을 내면 나는 그걸 우크라이나로 보내고, 우크라이나는 다시 이를 헌터 바이든(바이든 대통령 차남)에게 보낸다. 그리고 헌터는 그걸 나에게 주고, 나는 헌터를 사면한다”고 설명하는 내용이다. 바이든의 연설을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또 미국에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기업에는 각종 인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해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어느 사람이든 기업이든 미국에 10억달러 이상 투자하면 인허가를 완전히 신속하게 받을 것”이라며 “여기에는 모든 환경 허가가 포함되지만 결코 환경 분야로 제한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