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의 유명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이 10일(현지시간) 고별 칼럼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나타나고 있는 ‘카키스토크라시(kakistocracy·가장 저급한 자들이 통치하는 체제)’에 맞서 싸운다면 결국 더 나은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출신의 경제학자인 크루그먼은 2000년도부터 NYT에 칼럼을 기고해왔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기도 했다.
크루그먼은 이날 ‘분노의 시대에 희망 찾기’라는 제목의 NYT 고별 칼럼에서 “우리는 예전에 가졌던 지도자를 향한 믿음, 즉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진실을 말하고 자신이 하는 일을 알고 있다는 믿음을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면서 최악의 통치에 맞서 싸우자고 했다.
크루그먼은 칼럼 서두에서 “(칼럼을 시작한 25년 전 당시) 우리와 서방 세계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낙관적이었는지, 그리고 그 낙관이 화와 분노로 대체된 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가 나를 놀라게 한다”며 “엘리트들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노동자 계급만이 아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분노하고 가장 분개하는 사람 중 일부는 억만장자들로, 자신들이 충분히 존경받지 못한다고 느낀다”고 했다.
크루그먼은 정부와 금융권, 기술 억만장자 등을 향한 전 세계적인 낙관론이 꺾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내가 보기에는 엘리트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며 “대중은 더 이상 ‘일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고 믿지 않으며, 그들이 정직하다고 가정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크루그먼은 그러면서 “분노는 나쁜 사람들을 권력을 잡을 수 있게 하지만, 장기적으로 그들을 그 계속 그 자리에 머물도록 할 수는 없다”며 “언제가 대중은 엘리트를 비난하는 대부분의 정치인도 모든 면에서 엘리트라는 점을 깨닫고, 그들이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 시점에서 대중은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거짓 잘못을 하지 않으며, 진실을 말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말에 기꺼이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루그먼은 NYT에서 칼럼은 이번이 마지막이지만, 다른 곳에서는 계속 자신의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