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비상계엄 선포 직후 물러나려 했다…이창용이 말려

입력 2024-12-10 18:29 수정 2024-12-10 20:59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의 긴급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총재에겐 남은 임기를 지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총재의 만류로 최 부총리는 사퇴의 뜻을 거두고 사태 뒷수습에 집중하고 있다.

이 총재는 10일 한은을 방문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에게 비상계엄 선포 직후 오후 11시 40분 긴급하게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의 분위기를 전했다. 야당 의원들에 따르면 이 총재는 “최 부총리가 F4 회의서 ‘한은 총재는 임기가 정해져 있으니 자리를 지켜라. 나는 이튿날 사의를 표시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경제 사령탑인 부총리가 있어야 심리가 안정되고 경제 상황을 수습할 수 있다”며 최 부총리를 말렸다고 한다. 다수의 전언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안건을 다룬 국무회의에 참석해 이에 강하게 반대한 뒤 자리를 박차고 회의장을 나왔다.

최 부총리는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기재부 1차관을 지냈고, 국정농단 사태 이후 탄핵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고초를 겪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그가 미르재단 설립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인사청문회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오자 최 부총리는 “미르재단 설립 방침은 윗선에서 결정이 됐다. 중국에서 민간문화재단을 가져오니 우리 쪽에서도 문화재단이 있어야 정상회담 성립이 된다는 지시를 받고 준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 총재는 야당 의원들에게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아직 환율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시장이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환율을 1400원 초반대까지라도 안정시키려면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경제 문제에서는 정부와 여야가 협력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세종=신준섭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