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불발된 이후 개인 투자자의 패닉셀(공황 매도)에 급락했던 한국 증시가 반발 매수세에 힘입어 10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상승했다. 개인들은 3거래일 연속 팔아치웠지만 연기금 등 기관 투자가의 매수세가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7.26포인트(2.43%) 오른 2417.84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도 34.58포인트(5.52%) 오른 661.59에 거래를 마치며 전날 급락분을 대부분 회복했다. 개인 투자자는 이날 코스피에서 4219억원을 내다 팔며 3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보였다. 외국인 투자자도 148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개인·외국인의 이탈에도 지수가 상승한 건 기관 투자가 덕분이다. 기관은 이날 코스피에서 459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특히 연기금이 5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을 매수하면서 지수를 방어했다”고 평가했다. 연기금은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 4일부터 5일간 코스피에서만 1조1520억원어치를 매수했다.
연기금이 변동성이 커진 한국 증시를 겨우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기관의 매수세는 단기 변동성이 큰 현재의 한국 시장에서 증시 하락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기관은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자이므로 이들의 입장에선 코스피 2300~2400대가 우량주를 매수하기 적절한 시점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증시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하면 기관이 이를 방어하기 힘들 수 있다. 현재 매수세가 대규모인 것은 아니어서 추가 하락 국면에선 역할이 제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수석연구원은 “최근 연기금 매수로 마찰이 줄어드는 부분은 분명히 있지만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는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관계 기관과 접촉면을 늘리며 시장 안정화에 힘쓰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JP모건체이스 등 외국계 금융회사들과 만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경제 문제만큼은 경제부총리 등 경제팀을 중심으로 일관되고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고 있다”며 “기업 밸류업, 자본시장 선진화 등 주요 정책 과제도 일정대로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외국계 금융회사 대표들은 이 자리에서 주식시장 등의 단기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연기금 등 기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글로벌 투자은행(IB) 애널리스트들과 만나 “지난 5일부터 범정부 차원의 경제금융 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가 가동돼 소비·투자·수출·고용·물가 등 경기·민생 전반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외국인이 견고한 우리 경제 펀더멘털을 믿고 원래 계획했던 투자에 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