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당론에 따르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한 것은 당내 비판에도 불구하고 소신에 따라 결정한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9일 공개된 BBC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자기 소신에 따라서 투표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며 “거기에 충실히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앞서 의원총회에서 ‘남아서 투표하겠다’는 제 입장을 분명하게 말했다. 아주 심하게 비난하는 분들도, 날 설득하려는 분들도 있었다”며 “그때마다 ‘내 소신이니까 이대로 하겠다,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저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민이다. 이번 사태도 국민들이 막아주셨다고 생각한다”면서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이 헌법을 파괴했기 때문에 더 이상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탄핵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이번에 또 (대통령이) 탄핵된다면 그다음에 누가 정권을 잡든 상대방은 탄핵 구실을 찾으려고 끊임없이 공격할 것이다. 그 고리를 끊으려면 좀 더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방식으로 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공동 담화를 통해 밝힌 ‘질서 있는 퇴진’안에 대해선 “상당히 모호하다”면서 대통령 임기를 언제까지로 할지, 대통령이 어떤 방법으로 물러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모든 권한은 대통령이 가지고 있고 이런 상태가 계속 가는 건 옳지 않다”면서 “만약 이번에 다시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안을 내고 여당에서도 제대로 된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는다면 저는 차선책이지만 탄핵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2022년 3월 대선을 6일 앞두고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당시) 거대 양당의 후보 중 한 사람은 범죄 혐의자, 다른 한 사람은 초보자인데도 불구하고 그 둘 다 아닌 제가 제3당 후보로서 선택되기 힘든 상황인 걸 보고 결국 이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겠구나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그렇다면 범죄 혐의자보다는 초보자 쪽에 힘을 싣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에 제3당의 길을 포기했던 것”이라면서 “아무리 초보자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이렇게 헌정을 유린하는 일까지 하리라고는 저 포함해서 아마 전 국민 중에 상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 안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퇴장했다. 이후 김예지·김상욱 의원이 돌아와 탄핵안 표결에 참여했다. 이날 탄핵이 부결됨에 따라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차 발의해 오는 14일 표결에 부치겠다고 예고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