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와 대선 패배 이후 차기 대통령 후보의 적정 연령을 놓고 여전히 조심스러운 토론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70~80대 고령 의원이 많은 미국 정치에서 “나이는 한계가 아니다”는 의견이 대체적인 가운데, 이제는 ‘X세대(1960년대 중반에서 70년대 후반 생)’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유권자들은 오랫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하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믿었다”며 “민주당 지도자들은 ‘2028년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기에 너무 많은 나이는 몇 살인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82세로 고령 논란에 휘말린 뒤 대선 후보에서 중도 하차했다.
지난 주말 민주당의 진로를 위해 모인 대선 후보군 주지사들 사이에서는 “대통령 후보에게 나이는 상관없다”는 입장이 많았다.
미셸 루잔 그리샴(65) 뉴멕시코 주지사는 “그런 것(연령 상한) 은 없다”고 말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57) 주지사도 “(나이는) 삶의 시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라며 대선에 출마하기엔 80대가 너무 고령이라는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도 “내가 어렸을 때는 65세가 거의 죽은 나이와 같았다. 내가 지금 65세인데 나는 죽지 않았다”며 ‘고령 한계론’에 선을 그었다.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67)는 “나는 나이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서도 80세가 출마한다면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많은 사람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패배에 대해 82세의 바이든이 책임이 있다고 보면서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꺼리고 있다”며 “민주당에서 나이에 대한 논의가 얼마나 미묘하고 분열적인지 보여준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여전히 70~80대 의원들이 양당에서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은 올해 84세이고,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도 82세다. 해리스 부통령과 맞붙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도 78세다.
하지만 차기 대선에서는 좀 더 젊은 후보가 나서야 한다는 반론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차기 대선 민주당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는 그레첸 휘트머(53) 주지사는 한 인터뷰에서 “X세대가 주도권을 잡는 것을 보고 싶다”며 “앞으로 몇 년 동안 역동적이고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대선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뉴섬 주지사도 50대 중반이다. 바이든의 후보 사퇴를 공개적으로 주장했던 미키 셰릴 하원의원은 차기 대선 후보에 대해 “나는 X세대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TV토론에서 언어 능력이 크게 떨어진 모습을 보인 뒤 후보에서 사퇴한 이후 수정헌법에 대통령 후보의 나이 상한을 정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의 한 칼럼니스트는 ‘72세’를 대통령 후보 상한선으로 정하자면서 “유권자 10명 중 거의 8명이 연방 공무원의 연령 제한을 두는 것을 지지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