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불평등 1년 전보다 악화… 소득 불평등은 개선

입력 2024-12-09 18:29


한국의 자산 불평등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막 벗어나기 시작했던 지난해보다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순자산 상위 10% 가구는 유일하게 순자산 점유율이 증가했다. 다만 전반적인 소득 불평등은 완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은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은 매년 전국의 표본가구를 조사해 가계의 자산, 부채, 소득, 지출 등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파악하고 경제적 삶의 수준 및 변화 등을 파악한다. 자산과 부채, 가구 구성은 지난 3월 31일을, 소득과 지출, 원리금 상환액은 지난해 1년간의 조사를 토대로 한다.


이에 따르면 자산 불평등은 1년 전보다 악화했다. 순자산을 기준으로 가구를 10개 분위로 나눴을 때 상위 10%에 해당하는 가구의 순자산 점유율은 44.4%로 1년 전보다 1.0% 포인트 증가하며 전체에서 유일하게 증가했다. 반면 나머지 분위는 그대로이거나 약간 감소했다. 상위 10% 가구에서 저축액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건물, 상가 등 거주 주택 이외 부동산을 더 구매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자산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순자산 지니계수’도 올해 0.612로 1년 전보다 0.007 늘었다. 해당 지표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도가 커지는 것으로 본다. 소득을 기준으로 가구를 5개 분위로 나눠 각각의 순자산을 봐도 4, 5분위의 순자산 보유액이 각각 4억8767만원, 10억3252억원으로 1년 전보다 3.9%, 6.6% 늘며 이들 분위만 전체 평균 증가율(3.1%)을 웃돌았다.

가구주 연령대별로 보면 40세 미만 가구에서 순자산이 감소했다. 올해 40세 미만 가구의 순자산 보유액은 2억2158만원으로 1년 전보다 6.4% 줄었다. 40~49세, 50~59세, 60세 이상에서 각각 3.4%, 2.8%, 6.8%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다만 소득 불평등은 전반적으로 완화했다. 지난해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23으로 1년 전보다 0.001 감소하며 201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소치였다. 소득 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하위 20%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인 소득 5분위 배율 역시 5.72로 1년 전보다 0.04배 포인트 낮아졌다.

이밖에 가구 평균 자산은 5억4022만원으로 1년 전보다 2.5% 증가했다. 평균 부채는 1인 가구 증가 등 영향으로 9128만원으로 0.6% 감소했다. 이는 1년 전보다 58만원 줄어든 것으로 통계 작성 이후 첫 감소다. 이로써 가구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4억4894만원으로 1년 전보다 3.1% 늘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의 불평등 지표는 큰 틀에서 완화하는 추세에 있는 반면 부동산 등 자산의 영역은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이 크지 않고 가진 사람이 더 불려가는 구조를 띠고 있어 자산 불평등이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지난 5일 공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산식을 적용해 추정하는 과정에서 ‘장기요양 보험료’ 산정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해 이날 발표했다. 연간 지표가 통계 오류로 미뤄진 것은 처음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앞서 “혼란을 드린 데 대해 사과드린다”면서 “비상계엄 사태와 이번 오류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