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헌법을 이렇게 무시할 수 있나” 헌법학자 분노

입력 2024-12-09 16:52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른쪽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 모습. MBC 보도화면 캡처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함께 정국을 수습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한 헌법학자가 “국민과 헌법을 이렇게 무시할 수 있나”라며 분노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8일 “(한 총리와 한 대표의 공동 담화는) 헌법의 기본 중의 기본이 되는 사항도 저버리고 자기들 마음대로 권력을 사유화하고 나눠 갖겠다는 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평생 헌법을 연구한 사람으로서 정말 화가 난다”고 MBC에 밝혔다.

이어 “헌법을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느냐. 국민을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느냐”라며 “누가 한 대표와 한 총리에게 국정운영의 권한을 위임했나”라고 지적했다. 또 “한 총리는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 참여했으므로 내란죄 수사 대상”이라며 “한 총리는 권한대행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법적으로 대통령이 있는데 누가 권한대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임 교수의 발언은 MBC 뉴스 생방송 도중 진행자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상황에도 다소 격앙된 채 발언을 이어가는 임 교수의 모습에 누리꾼은 주목했다. 헌법학자가 직접 방송에서 현 상황의 위법성 여부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분노하는 모습을 통해 사안의 심각성을 더욱 체감하게 됐다는 것이다.

앞서 한 대표는 한 총리와의 공동 담화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퇴진 전이라도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 교수는 “그건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의 사적인 담화”라며 “법적 효력이 없는 사인 간의 대화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윤 대통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한 점도 강하게 비판했다. ‘2선 후퇴’ 입장을 밝힌 뒤 사의를 수용한 점은 사실상 인사권 행사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진행자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자 “그니까 정말… 하…”라며 크게 한숨을 내쉰 뒤 “이런 우스운 상황이 벌어지는 게 외국에서 보면 얼마나 우습겠느냐”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