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에서 전해온 전도 이야기(26) “아따, 이거는 못 하겠소”

입력 2024-12-09 16:37

변상호 목사·보길도 동광교회

복음서는 어부였던 제자들의 믿음 이야기로 대부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단순하고 다혈질이며 위험한 바다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갑니다. 그래서 그들의 성격이나 말도 바다의 기질과 닮았습니다. 물론 예수님이 잡히실 때 도망치고 배반의 모습도 보였지만 훗날 아무도 못 하는 순교의 자리에 뛰어든 것도 어부들의 용기와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섬에서 어부들을 전도하면서 느끼고 체험하는 점은 바로 사복음서에 나오는 어부 제자들의 말과 행동이 훗날 전도 대상자들에게 가까이 가는 방법과 과정을 소상하게 가르치려는 하나님의 사랑이 가득히 담겨 있음을 어부들을 대하면서 알았습니다.

전세천 어르신이 그것을 증명하고 계십니다. 어르신은 오랫동안 뜸을 들이시며 절대로 자신의 인생에서 예수 믿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셨지만, 어느 날 돌변하시어 마치 그물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던 것처럼 취미로 하시던 게이트볼과 읍내 다방에 출근하던 사생활까지 모두 뒤로 하셨습니다. 그리곤 교회 중심으로 믿음이 우선이라 정하시고 그 약속을 가족과 이웃 사람들에게 결단하셨습니다. 그렇기에 가까운 가족들도 사람이 저렇게 변화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어르신은 만사를 제쳐 놓고 구역예배에도 참석하시면서 예배의 기쁨을 알아가셨습니다

그렇게 변화된 생활이 이어졌어도 여전히 옛날 어부들의 습성을 전부 내려놓지 못하셨고 그런 어르신을 주님은 기다려 주셔야 했습니다. 보길도 어부들을 전도하기 위해 온 저 역시 쓴 뿌리가 빠지고 믿음의 새순이 돋아나고 잎이 자라 열매가 되기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어느 주일 저는 “내일 아침 10시에 어르신 집에서 예배를 드려야 하니 준비하시고 할머니와 같이 기다리시라”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날 10분 전 도착을 하니 어르신께서 기다리고 계셨는데 혼자 계셨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어디 가셨느냐”고 여쭙자 “방금 있었는데” 하면서 전화를 거니 옆집에 계신다는 소리가 전화기로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르신은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그냥 욕이 아니라 입에 담지 못할 무지막지한 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목사님 온다고 내가 그렇게 말을 했는데 그새 어딜 갔냐” 하면서 무섭고 민망한 욕을 7~8분 사정없이 퍼부으시고 전화를 끊습니다. 제 생각에 만약 이 어르신이 어부가 아니라 농부였다면 “목사님 오셨네, 빨리 오시게” 했을 텐데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으셨던 것입니다.
교회에서도 맨 뒷자리를 할머니와 나란히 지키시며 설교를 놓치지 않으셨습니다.

조금 후 할머니께서 들어오셨는데 어르신은 언제 그랬냐는 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목사님 예배드립시다” 했습니다. 연기를 해도 그렇게는 못 합니다. 어르신 가정에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며 준비하고 간 저는 충격적인 장면에 당황했습니다. 방금 그렇게 욕설로 통화한 부인과 심방 나온 담임 목사님을 앞에 두고 태연하게 예배드리자는 어르신 모습에서 갈릴리 어부들도 저렇게 살았을 것이라고 상상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날 어르신에게 단호하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늘 예배 못 드립니다. 이유는 어른께서 지금 언어폭력으로 부인에게 남편으로서 죄를 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어르신은 “아따 그것이 무슨 욕이라고 그라요 우리는 평생 그렇게 살았지라” 했습니다. 교인이 되기 전에는 그렇게 했어도 이제 교인이 되고 난 후에 계속 그렇게 하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는 “이제 제가 시키는 대로 아내분에게 용서를 구하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 약속하시면 예배드리겠습니다” 하고 말씀드렸습니다.

“자 따라 하세요.” “용갑이 엄마, 내가 잘못했네” “아따 이거는 못 하겠소” “그래요? 그러면 저는 돌아갑니다.” 그렇게 다시 진심으로 할머니께 용서를 구하고 다시는 욕하지 않겠다 다짐을 하셨고 거기에 더해 “용갑이 엄마 사랑하네”까지 시켰습니다. 이 말에 할머니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시며 “저 영감탱이가 평생 한 번도 안 한 말을 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로부터 어르신은 8개월을 더 사셨는데 그때까지 그렇게 잘하던 욕을 완전히 뚝 끊으셨답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