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기 힘든데 차는 무슨” 신차·중고차 판매 부진… 중형 SUV, 하이브리드는 선방

입력 2024-12-09 16:26

고물가와 경기침체 장기화 여파로 국내 자동차 판매가 크게 줄었다. 경기 침체기에 잘 팔리는 경향이 있는 중고차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시장에선 높은 연비를 갖춘 하이브리드차 등 가성비 차량이 대세로 떠올랐다.

9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시장에 등록된 신차는 150만1050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62만1588대에 비해 7.43% 줄어든 수치다. 승용차는 131만7353대, 상용차는 18만3697대로 전년 대비 각각 5.52%, 19.16% 감소했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는 대부분 역성장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아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5% 감소한 45만6297대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약 3만 대가 줄어든 40만3328대로 집계됐다. 신차 효과를 보고 있는 르노 코리아와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만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증가했다.

중고차 시장도 판매량이 소폭 감소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월~11월 중고차 실거래 대수는 215만881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8만1391대에 미치지 못했다. 신차에 비하면 선방 중이지만, 트럭이나 승합차 등 영업용으로 주로 쓰이는 상용차의 판매량 감소 폭이 컸다. 무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2%나 감소한 34만6786대에 그쳤다.

지속된 경기 부진, 고금리 기조, 높은 가계부채 등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차량에 대한 구매 의향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유가·농산물 가격 상승 등으로 체감물가가 오른 것도 차량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원인이다.

신차 시장에선 하이브리드차, 액화석유가스(LPG) 차 등 이른바 ‘가성비’ 차량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이브리드차의 인기 비결은 연료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LPG 차 역시 휘발유 대비 30~40% 연료비 절감 효과가 있다. 경제성이 높은 차량이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판매 비중이 늘었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의 선호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11월 국내 신차 순위는 기아 쏘렌토, 현대차 싼타페, 르노 코리아 그랑 콜레오스 등 중형 SUV가 1~3위를 차지했다. 중형 SUV는 도심, 레저 등 다양한 이용이 가능하고, 내부 공간이 넓어 가족용 차로 사용할 수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올해 내수가 전년 대비 6.3% 감소한 164만대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소폭 반등이 예상된다. KAMA는 1.3% 증가한 166만대를 전망치로 내놨다. 인플레이션 완화와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소비 심리 개선, 하이브리드차 판매 증가 등에 따른 것이다. 다만 높은 가계부채와 자산시장 불안정 등으로 인해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