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기념 시계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분위기다. 윤 대통령 시계를 보유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시계를 차고 다니기도 난감하고, 팔기도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중고거래사이트에서 윤 대통령 시계의 거래량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윤 대통령 시계를 가지고 있는 50대 이모씨는 “요즘 시국에 윤 대통령 시계를 차고 밖에 나가면 정치 성향을 오해받을까봐 걱정된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던 시계인데 안타깝다”며 “중고거래도 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기념 시계는 비매품으로 공식적으로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주로 중고거래사이트에서 거래된다. 대통령의 인기도에 따라 시세가 널뛰기도 하고 급락하기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집 가치가 높아질수록 가격도 덩달아 올라간다.
2년 전 미개봉 윤 대통령 취임 기념 시계는 중고거래사이트에서 20만원 이상에 판매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가격이 내려갔다. 현직 대통령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윤 대통령 시계 가격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중고나라에 따르면 최근 윤 대통령 시계 등록가 중 가장 낮은 가격은 6만원이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올라온 매물 중 6만원짜리 제품을 제외하면 단 한 점도 거래되지 않았다. 반면 최근 한 달 사이 문재인·노무현 전 대통령 시계는 10~15만원 가격에 판매됐다. 다른 중고 거래 사이트의 상황도 비슷한 편이다.
한국에서 최초로 대통령 시계가 제작된 시점은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다.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연이어 기념 시계를 만들면서 하나의 관례로 정착했다. 제작 단가는 낮게 책정되지만, 희소성이 있고 권력과의 친분을 상징하는 징표라는 점에서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일부 정권에서는 가짜 시계가 만들어져 유통되는 일도 벌어졌다.
업계에서는 윤 대통령 시계 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탄핵 정국에 접어든 후에는 특별한 반등 요인이 있지 않은 이상 윤 대통령 시계 가격은 현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