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은 호황을 맞이했지만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축소되고 있다. 파운드리 분야 상위 10개 기업 중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만 유의미하게 감소하면서 세계 1위 업체 TSMC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빠르게 추격하는 중국 기업들의 기세마저 매서운 상황에서 지난달 삼성전자가 새로 선임한 기술 전문가 남석우 사장과 영업·마케팅 전문가 한진만 사장이 파운드리 사업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시장조사기업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올해 3분기 235억2700만 달러(33조3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장점유율은 지난 분기(62.3%)보다 더 높아진 64.9%로 1위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2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매출은 지난 분기보다 12.4% 줄어든 33억5700만 달러(4조7500억원)로 집계됐다. 시장점유율도 11.5%에서 9.3%로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은 트렌드포스가 2021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2021년에만 해도 17~18%를 기록했지만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다 10% 아래로 떨어졌다. 여기에 기술력을 확보한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2위 자리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현재 시장 점유율 3, 4위는 중국 SMIC와 대만 UMC다. 화웨이를 최대 고객으로 보유한 SMIC의 점유율은 6%로 삼성전자와 3.3%p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심화하는 파운드리 사업의 위기를 돌파할 해법으로 지난달 기술자와 영업맨을 수장으로 앉히는 ‘투트랙 인사’를 단행했다. 파운드리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선임된 남석우 사장은 공정개발 전문가다. 남 사장은 빠르게 3나노 공정 수율을 개선하고 TSMC에 뒤처지지 않도록 2나노 공정 양산을 달성해야 하는 과제를 맡았다.
한진만 사장은 미주총괄(DSA)을 맡으며 구축한 실리콘밸리 네트워크를 이용해 글로벌 빅테크들의 수주를 따내는 역할을 맡게 됐다. 현재 TSMC는 제품 단가가 높은 3나노 공정 시장에서 엔비디아 등 AI 빅테크 기업의 수주를 독식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새로 짓기 시작했고, 이미 애플과 AMD가 생산 주문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장은 전날 사내 게시판에 취임 후 첫 일성을 밝히며 “2나노 공정 수율을 개선하고 성숙공정에서 고객사를 확보해 내년에 가시적인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