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의 불똥이 난데없이 가수 임영웅(33)에게 튀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던 날 그가 SNS에 올린 글을 두고 뜻하지 않은 논란이 촉발됐다.
임영웅은 지난 7일 인스타그램에 반려견의 생일을 맞아 반려견과 찍은 사진과 축하 글을 올렸다. 평소라면 별문제 없었을 게시물이지만 시국과 대비되며 눈총을 받았다. 이날 윤 대통령의 탄핵안 표결이 진행됐고 국회 앞에선 대규모 인파가 몰려 집회를 열었으며 일부 연예인들은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를 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논란에 불을 지핀 건 한 네티즌 A씨가 임영웅에게 보낸 DM(다이렉트메시지)이었다. “이 시국에 뭐 하냐”라는 A씨의 질책성 메시지에 임영웅의 계정에선 “뭐요”라는 답변이 전송됐다. 이에 A씨가 “위헌으로 계엄령 내린 대통령 탄핵안을 두고 온 국민이 모여 있는데 목소리 내주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정말 무신경하네요”라고 말하자 계정에선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는 답장이 왔다.
A씨는 DM을 캡처해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해 공론화했다. 답장을 보낸 이가 임영웅 본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임영웅의 소속사는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온라인에서는 해당 대화 내용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정치적 입장을 강요하는 게 문제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공인으로서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푸드칼럼니스트 황교익씨도 의견을 보탰다. 그는 8일 페이스북에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는 것은 자유”라면서도 “정치인만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추운 날에 광장에 나와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시민들에게 ‘당신들은 정치인도 아니잖아요’ 하고 모욕하는 말로 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씨는 “민주공화국에서는 모든 시민이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시민이 정치적 발언을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그와 관련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국의 보통 연예인은 그렇게 살아가고, 이런 자세가 윤리적으로 바르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 사람에게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민주공화국의 국민으로 살아가려면 서로 그 정도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임영웅이 2019년 7년부터 홍보대사로 활동해 온 경기도 포천시 측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임영웅의 홍보대사 해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