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시리아 내전 종지부’…독재정권 붕괴가 기독교인에 미칠 영향은

입력 2024-12-09 15:44 수정 2024-12-09 15:56
시리아 반군 전투원이 8일(현지시각) 수도 다마스쿠스 장악을 축하하며 AK-47 소총을 공중에 발사하고 있다. AP뉴시스

시리아 반군을 이끈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은 알레포에 이어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점령하며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몰아냈다고 8일(현지시간) 선포했다. 현지 교계는 이에 희망적이면서도 향후 정세를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 떨고 있다는 소식이다.

CNN 등 외신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HTS는 지난 10여년간 과격한 지하디스트에 의해 박해를 받아온 민간인과 기독교 등 소수 종교인을 안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포용적인 통치를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현지 교계는 자유로운 신앙생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조셉 카삽 목사. 중동교회협의회(MECC) 제공

새로 수립된 정부하에 첫 주일 예배를 드리고 기도를 이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청취했다.

레바논-시리아 개신교 총연합회장인 조셉 카삽 목사는 최근 사역자 네트워크를 통해 “반군 무장세력이 총리로부터 공식 기관의 통제권을 넘겨받기 시작했다”며 “우리 교회엔 평소처럼 주일 기도회가 열렸지만, 총성 소리가 들려와서인지 참석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는 전쟁이 아닌 (아사드 정권 몰락을) 축하하기 위한 총격이었으나, 여전히 시리아의 종교적 자유와 기독교인의 안전에 대해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이라 새로 들어선 시리아 정부가 앞으로 어떤 종교정책을 실시할지 지켜봐야 한다”며 “앞으로 많은 도전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언젠가 시리아의 기독교인이 억압이나 박해 없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시리아의 미래를 위해 중보기도 해달라”고 요청했다.

시리아 알레포장로교회 성도들이 8일(현지시간) 모여 주일예배를 드리는 모습. 시리아 알레포장로교회 SNS 캡처

한편 일부 소수민족과 앞으로의 선교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현지에서 20여년간 사역해온 김성국 쿠르드선교회 대표선교사는 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HTS는 기독교 등 소수종교에도 포용적인 통치를 펼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알레포 지역 샤하바 난민촌을 공격한 반군은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는 강성 무슬림 반군으로 또 다른 분파다”라며 “이들은 시리아 내 기독교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을 공격했고 쿠르드족은 강제로 내쫓김을 당해 현재 코바네에 급히 난민촌을 새워 새로운 난민 생활을 시작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알레포와 텔리파트에서 반군을 피해 탈출한 쿠르드 난민 가족이 4일(현지시각) 시리아 북부 라카 지역 타브카에 위치한 쿠르드족 통제 지역 내 임시 대피소와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AP뉴시스

한인 선교사들이 현지로 귀국 중인 가운데 수니파 난민에게 더는 복음을 전할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 선교사는 “전도와 종교가 자유로운 레바논에 거주하던 수니파 시리아 난민들이 수니 정부가 들어서며 대거 본국으로 귀환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교회와 선교사들이 시리아 내 수니파 지역으로 들어가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질 것이기에 그동안 제자훈련을 받아온 시리아 난민들을 다시금 시리아로 파송한다는 마음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HTS는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계열 조직인 알 누스라 전선을 전신으로 하는 단체다. 설립 초기에는 과격한 지하디스트 조직의 성향을 보였으나 2016년 공개적으로 알카에다와의 관계를 끊고 지금의 HTS로 이름을 바꿨다. HTS는 여전히 미국과 튀르키예, 유엔 등에 의해 테러 단체로 지정돼있으나 여성의 히잡 착용과 금연을 강요하지 않는 등 점령 지역에서 비교적 온건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리아 정부가 반군에 의해 붕괴하자 8일(현지시각) 시리아로 돌아가려는 시리아인들이 불을 쬐며 날이 밝기를 기다리고 있다. AP뉴시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