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청 정류장에 12·3 비상계엄 사태를 풍자한 대형 그림이 내걸렸다.
그림을 그린 이들은 제주지역 청년작가.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제주시청 버스정류장에 그림 4개를 걸었다. 제주시청은 대학생을 비롯해 제주지역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그림을 보면 속옷 차림의 윤석열 대통령이 한 손에 술병, 한 손에 계엄 깃발을 들고 말에 타 있다. 술에 취한 듯 얼굴이 붉다.
대통령 뒤로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여인이 주술 부채를 들고, 윤 대통령 뒤에 바짝 붙어 날고 있다. 대통령이 탄 말에는 독일 나치즘을 상징하는 갈고리 십자가(하켄크로이츠)가 새겨졌다. 말 아래에는 ‘민주주의’ ‘공정’ 글자가 깨어진 채 나뒹굴고 있다.
또 다른 그림에는 속옷 차림으로 망토를 절반쯤 걸친 윤 대통령이 무릎을 꿇은 한동훈 대표에게 왕관을 전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선 그림도 볼 수 있다.
그림을 그린 작가 중 김승민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탄핵안이 정족수 미달로 투표조차 성사되지 않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집회에 나가보니 어린 아이들이 목청 터지게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보고, 미안한 마음에 그림을 그렸다”고 적었다.
제주시청과 관할 동사무소는 해당 그림을 불법 현수막으로 보고 이날 중 철거하기로 했다. 시청 측은 “게시 기간 표시 등 정상 현수막의 요건을 갖추지 않아서”라고 설명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