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학 캠퍼스에 재학 중인 학생 10명 중 3명은 치료용 향정신성 의약품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일 서울 동작구 총신대에서 열린 ‘2024 대학생, 유학생 대상 마약류 예방교육 사업 최종보고회’에서 발표된 주요 대학 실태조사 결과다.
이날 보고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의 지원으로 진행된 대학생 마약 예방 활동단(지역 거점대학 10곳)의 지난 5개월 간의 활동을 보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국민일보 2024년 11월 20일자 33면 참조).
이날 보고회에서는 대학 6곳에서 학생 489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대학생 마약 예방 활동단 활동 시작 후 주요 거점대학에서 실태조사 보고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마약을 경험한 학생은 전체 대상자 중 1.8%로 확인됐다. 하지만 졸피뎀(수면유도제) 아티반(신경안정제) 같은 치료용 향정신성 의약품 경험률은 30.5%에 달했다. 치료 목적이 아닌 상황에서 향정신성 의약품을 복용한 비치료용 향정신성 의약품 경험률도 3.3%(16명)를 차지했다. 마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지만 단순히 법적 처벌이나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 자기통제, 삶의 의미, 자기효능감, 자아존중감이 높을수록 마약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사용 빈도도 낮았다. 정서적 외로움을 많이 느낄수록 반대의 특성을 보였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23 마약백서’에 따르면 전체 마약사범 중 20대 비율이 30.3%로 가장 높다. 청년세대 중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마약 중독의 위험성을 또래의 20대들에게 알리고 인식 개선에 나서는 모습이 주목받는 이유다.
보고회에서는 주요 대학 5곳의 활동단 대표들이 각 캠퍼스 별 예방활동을 발표했다. 마약중독전문가 교육을 비롯해 MZ세대의 인식 개선 효과를 높이기 위한 SNS계정 운영, 숏폼 영상, 카드 뉴스 제작, 축제 기간 중 부스 운영, 마약 근절 서약서 작성, 레드 리본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들이 눈길을 끌었다.
대학생 마약예방활동단장인 조현섭(총신대 중독재활상담학) 교수는 “각 대학별로 창의적인 활동들이 진행되는 가운데 서약서를 작성해본다든지, VR교육 자료로 마약 중독을 간접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등 심리적으로도 마약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할 수 있는 과정이 충분히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대학별 발표 후에는 이장한(중앙대 심리학과) 서보경(을지대 중독상담학과) 교수 설재용(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찰수사) 팀장 김기은(국무조정실 마약류관리신속대응팀) 사무관 김지연(식약처 마약예방재활팀) 사무관 등이 참여하는 토론회도 이어졌다.
토론회에서는 영역별 마약 예방을 위한 제언들이 총망라됐다. 특히 학생들의 참여 확대를 위한 인증서 제도, 각 학교별 마약 예방 동아리 간 네트워크 등 지속 가능하고 활동을 확장해나갈 수 있는 방향들이 거론됐다.
조 교수는 “캠퍼스 내 자발적인 마약예방 활동이 효과성을 띄기 위해서는 총학생회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총장을 비롯한 대학 운영의 리더십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약 중독은 청년세대의 쾌락주의와 공동체 단절, 외로움 문제에 해당하는 만큼 동아리를 넘어 신학대, 신대원과의 연대도 계획 중”이라며 “나아가 한국교회가 마약 중독 문제를 쉬쉬하거나 회피할 것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나가야 할 시대적 문제라고 여기는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캠퍼스 마약 예방을 위해 위축돼 있던 캠퍼스 선교동아리들과의 연대 또한 기대를 모으는 지점이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서경민(사진) 총신대 마약예방활동단 ‘다온’ 대표는 “한국대학생선교회(CCC) 파이디온선교회, IVF, 낙도선교회 등 선교동아리, 교내 봉사동아리 등과 협력해 학생들 스스로 ‘건강한 캠퍼스’를 만들어가는 문화를 조성해 가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