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과정에서 필수적인 ‘초순수(Ultra Pure Water)’의 국산화 작업이 완료됐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대응해 2021년부터 관련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만이다.
환경부는 9일 SK실트론 구미 2공장에서 국산 기술로 생산한 초순수를 국내 제조시설에 최초 공급하는 ‘초순수 국산화 실증플랜트 통수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초순수는 불순물이 거의 없는 상태의 물을 말한다. 반도체 표면의 각종 부산물과 오염물질 등을 세척하는 데 쓰이는 필수 자원이라 ‘반도체 생명수’라고 불린다. 이외에도 초순수는 의료·바이오, 화학,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현대의 첨단 산업에 사용된다.
초순수를 만들기 위해선 이온물질의 농도를 1ppt(1조분의 1) 이하, 용존산소 등 물속의 기체 농도를 1ppb(10억분의 1) 이하로 만드는 고난도의 수처리 기술이 필요하다. 그동안 초순수 생산기술은 사실상 일본이 독점해왔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초순수 생산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해 ‘고순도 공업용수 국산화 기술개발 사업’을 2021년 4월부터 추진했다. 그 결과 SK실트론에 설치·운영하는 초순수 실증플랜트의 설계·시공·운영을 100%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핵심 기자재는 70%가 국산 제품이다.
실증플랜트에선 하루 최대 1200t의 초순수를 생산할 수 있으며 SK실트론 공장에 24시간 연속으로 초순수를 공급한다. 이 초순수는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생산에 쓰인다. 사업이 최종 종료되는 2025년 이후에는 실증플랜트 운영을 SK실트론에 이관해 국산 초순수를 웨이퍼 생산에 계속 활용할 예정이다.
초순수 시장은 2021년 기준 국내 2조2000억원, 세계 28조원에서 2028년까지 국내 2조5000억원, 세계 35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는 국내 기업이 세계 초순수 시장에 뛰어들 기반이 마련됐다고 보고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추진할 후속 연구개발 사업을 준비 중이다. 또한 2031년부터는 초순수 플랫폼센터를 구축해 기술 양성과 인력 확보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환경부는 “이번 성과를 계기로 그간 미국·일본 등 해외기업이 주도하던 초순수 시장에 국내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어 반도체 산업뿐만 아니라 첨단 산업의 경쟁력도 크게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도 반도체 산업단지의 안정적인 용수 공급과 함께 초순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국산 기술력 향상과 민간 기업의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