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미궁에 빠져 있던 ‘제주 랜딩카지노 145억원 횡령 사건’의 주범이 경찰에 검거됐다. 붙잡힌 여성은 당시 카지노 재무 담당 임원으로, 랜딩카지노를 운영하는 람정엔터테인먼트의 모회사가 파견한 인물이다.
제주경찰청은 랜딩카지노의 VIP 금고에서 145억6000만원을 훔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횡령)로 카지노 자금을 관리하던 말레이시아인 임원 A씨(58·여)를 붙잡아 지난 5일 구속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월 회사 경영진이 교체되는 어수선한 틈을 이용해 카지노 내 VIP 금고에 보관되어 있던 회삿돈 145억원을, 같은 보관소 내 VIP금고를 사용 중이던 중국인 남성 B씨의 금고로 옮기는 방법으로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앞서 람정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2011년 1월 4일 카지노 금고에서 145억6000만원이 사라진 사실을 확인하고, 다음 날 서귀포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현금 흐름을 추적해 환전소 직원 등 공범 4명을 추가 검거하고, B씨의 금고에 보관돼 있던 80억원과 검거한 공범들이 보관하고 있던 50억원 등 피해 현금 134억원을 압수했다.
그러나 주범 A씨와 공범 B씨가 수사 개시 전 해외로 도주함에 따라, 경찰은 이들에 대한 지명수배 및 인터폴 수배를 끝으로 수사를 잠정 중지했다.
2022년 11월 중국인 B씨가 두바이에서 자진 입국해 제주로 송환됐다. B씨는 수사 과정에서 자금 출처에 대해 횡령이 아닌 카지노에서 번 돈이라고 주장했고, 수사에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법원은 B씨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경찰의 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다시 경찰은 2023년 10월 수사를 중지했다.
그러던 중 지난달 아랍에미리트 인터폴이 현지에서 피의자를 검거, 같은 달 27일 주범 A씨가 국내로 송환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돈을 옮긴 사실은 인정했으나,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횡령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145억원의 출처에 대해 제주신화월드의 본사인 홍콩 랜딩인터내셔널의 계열사 GHV의 소유이며, ‘큰손’ 게임용으로 카지노에 보관하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확인 결과 홍콩 상장기업인 랜딩인터내셔널은 2019년 홍콩 증권거래소에 계열사인 GHV의 이 같은 현금 보유 사실을 공시했다.
A씨는 또, 두바이에서 공범 B씨가 마련해 준 거처에서 B씨가 준 생활비로 생활해 왔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확보되지 않은 11억원 중 5억원은 해외로 송금된 것을 확인했다. 나머지 6억원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여죄를 수사하는 한편, B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A씨는 2018년 2월 제주신화월드 개장 당시 홍콩 본사에서 파견했다.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해 평소 일반 직원들과는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지노 VIP금고는 보안이 엄격해 회사 열쇠와 고객 열쇠를 동시에 넣어야 문이 열린다. A씨는 고객 금고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A씨는 카지노 측이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기 전인 2020년 연말께 휴가를 떠난 뒤 연락이 두절했다.
제주 랜딩카지노(5581㎡)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8726㎡)에 이어 국내 카지노 중 두 번째 규모로 2018년 3월 문을 열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