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군 방첩사령부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계엄사-합동수사본부 운영 참고자료’에 제주 4·3사건을 ‘제주폭동’으로 표기한 점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8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첩사 비서실이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직접적인 지시로 ‘계엄사-합동수사본부 운영 참고자료’를 작성해 지난달 여 사령관에게 보고하고 결심받은 문건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추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는 계엄법·계엄사령부 직제령과 합동수사기구 등을 설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건에서 ‘계엄의 범위와 계엄사령관의 지휘·감독 책임’을 다루면서 비상계엄의 선포 사례를 제시했는데, 제주 4·3사건을 ‘제주폭동’으로 표기했다. 또한 ‘여수·순천 10·19사건’을 ‘여수·순천반란’으로, 부마민주항쟁을 ‘부산소요사태’로 기재했다.
문건이 공개되자 분노 여론이 일었다. 특히 제주 4·3사건의 경우 국가에 의해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던 사건이다. 국가폭력의 잔혹성을 보여준 이 사건과 관련해 2003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권력에 의해 대규모 희생이 이뤄졌음을 인정하고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했다. 최근에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이 사건을 다룬 그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도 재조명됐다.
온라인상에서는 “(제주 사건에) 이런 모욕적인 명칭을 쓰다니 너무 화가 난다” “제주 사건에 대해 사람들은 50년 만에 겨우 사과를 받았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정부 문건에 폭동으로 표기할 수가 있나”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은 지 두 달 만에 믿기지 않는 글자를 봤다” 등 비판이 쏟아졌다.
한 제주시민은 “제주항쟁은 정말 가슴 아픈 사건이다. 계엄 때문에 수천명이 군에게 학살당한 사건이지 폭동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여순사건 역시 군부에 의해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이었으나 이 문건에 ‘반란’으로 표기돼 공분을 샀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