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도울 것” VS “내버려 둬야”…바이든과 트럼프, 정반대 메시지

입력 2024-12-09 07:46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시리아 내전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붕괴에 관련해 미국의 외교력이 작용했다며 동맹국과 시리아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리아에 절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전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과는 정반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랫동안 고통을 받던 시리아 국민이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의 순간”이라며 아사드 축출을 환영했다. 그는 “아사드 정권은 수십만 명의 무고한 시리아인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살해했다”며 “아사드 정권의 몰락은 근본적인 정의의 행동”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이어 “이것은 또 리스크와 불확실성의 순간이기도 하다”며 “미국은 파트너 및 시리아의 이해당사자들과 협력해 그들이 위험을 관리할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권력을 장악한 반군을 향해서도 견제 목소리를 냈다. 바이든은 “그들은 지금은 옳은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더 큰 책임을 맡게 되면 우리는 그들의 말뿐 아니라 행동도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반군의 주축인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 햐아트타흐리르알샴(HTS)도 테러 단체로 지정한 상태다.

바이든은 또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겨냥해 “우리는 IS가 공백을 틈타 자신의 역량을 재건하고 피난처를 만들려고 시도할 것이란 것을 안다”면서 “IS에 대한 우리의 임무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IS의 재기를 막기 위해 이날 시리아에서 B-52, F-15 전투기 등을 동원해 12차례 정밀 타격과 공습을 실시했다.

바이든은 아사드 정권 붕괴가 외교적 노력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바이든은 러시아, 이란, 헤즈볼라 등의 아사드 정권 지원이 약해진 점을 언급하며 “세 나라 모두 내가 취임했을 때보다 훨씬 더 약해졌기 때문”이라며 “그 결과 사상 처음으로 러시아, 이란, 헤즈볼라도 시리아의 끔찍한 정권을 방어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성당 재개관 기념식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시리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그는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시리아 내전과 관련, “이것은 우리의 싸움이 아니다”며 “내버려 둬라. 관여하지 말라”고 적었다. 아사드의 러시아 망명 이후에는 소셜미디어에 “아사드는 사라졌다. 그의 보호자인 러시아가 더 이상 그를 보호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며 “애초에 러시아가 그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고 적었다. 시리아 내전에 미국을 포함한 외국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휴전이 이뤄져야 하고, 협상이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시리아전에 대한) 이런 이중 메시지는 두 행정부가 전환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외교 문제에 이례적으로 적극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임기가 한 달여 남은 바이든은 자신의 국제적 유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트럼프와 측근들은 자신들의 외교적 노력의 토대를 놓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