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죽음에 자녀를 강제 동반하는 ‘살해 후 자살’ 범죄에 대해 경찰이 가해 부모가 사망한 때도 아동 학대 사례 제출이 가능하도록 검토하기로 했다.
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 살해 후 자살 범죄 지침 개정 검토에 들어갔다. 경찰청은 제안 의견서에서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에서 가해자인 부모의 사망 여부를 불문하고 사례관리가 필요하다는 취지에 공감한다”며 “보호자가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되는 경우 역시 보건복지부에 사례 제출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경찰이 매년 아동복지법에 따라 아동 사망 등 학대 사례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보호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수사기관의 처분 대상이 아니라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돼 별도 사례 제출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살해 후 자살 범죄의 경우 피해 아동이 사망하거나, 부모가 살인 미수에 그쳐 재판에 넘겨지는 경우에만 집계가 이뤄졌다. 국민일보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살해 후 자살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동반된 피해 아동은 147명이었고, 이 가운데 81명은 생존했지만, 공식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국민일보 11월 6일 자 1면 참고).
경찰은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의 경우 수사 단계에서부터 아동학대로 조사돼야 한다는 점에도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4~2023년 ‘살해 후 자살’ 판결문 102건 분석 결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형량을 정한 사건은 8건(7.8%)에 불과했다. 학대 입증이 까다롭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청은 “자녀 살해 후 자살의 명시적 아동학대 규정화를 주장하는 사회적 움직임에 대해 공감한다”며 “범죄자에 대한 엄정하고 일관된 법 집행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