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혼란 막지 못해 송구” 사의 추경호… 與원내리더십도 ‘시계제로’

입력 2024-12-08 18:27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의총장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폐기 직후 “집권 여당 원내대표로서 국정 혼란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송구스럽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특검, 탄핵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원내 지휘체계가 ‘시계 제로’에 놓인 것을 두고 여당 내에서는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사이 미묘한 신경전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7일 밤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다. 헌정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 표결이 이뤄진 작금의 상황에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같은 자리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당내에서 “혼란스러운 시기에 원내지도부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추 원내대표를 재신임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이 문제가 계파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 나오고 있다. 추 원내대표가 의총장을 떠난 뒤 친윤계 중진들은 추 원내대표 재신임을 박수로 추인해줄 것을 제안했다. 친한계 한지아 의원이 “지난 3일 비상계엄해제 요구안 표결에 국민의힘 의원이 18명만 참여한 것에 추 원내대표 책임이 있다”며 반대했지만, 의원 대다수가 박수로 추 원내대표를 추인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은 8일 “추 원내대표 추인은 당내 단합과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당장 추 원내대표 중심으로 예산안 심사에 돌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의 재신임 요구에도 추 원내대표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 추 원내대표 측은 8일 통화에서 “현 상황에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게 추 원내대표 생각”이라며 “당 일각에서 계엄 당일 행적을 두고 문제 제기하는 데 대한 서운함도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추 원내대표가 국회 본관에 있으면서도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두고 야당은 물론 당내 일부 친한계 의원들도 표결 방해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한 친한계 의원은 이날 “가뜩이나 대통령 탄핵소추안도 부결한 상황에서 추 원내대표가 계속 자리에 있으면 국민이 우리 당을 어떻게 보겠느냐”고 말했다. 한 대표 측은 새 원내지도부 선출 절차 등을 두고 고심 중이다. 비상 상황을 고려해 계엄해제 표결에 참여했던 18명의 의원 중에서 ‘선수(選數)’가 높은 의원을 추대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