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들이 8일 서울 시내에서 집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했다. 이들은 의료 대란과 계엄 사태가 유사하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 정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담긴 ‘이탈 전공의 처단’ 문구에 분노한 전공의·의대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모습이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인근에서 ‘젊은 의사의 의료계엄 규탄 집회’를 열었다. 박재일 전공의대표는 “윤 대통령이 국정을 폭압적·독단적으로 운영하면서 벌인 계엄령의 충격파가 한국 의료에도 남아있다”며 “젊은 의사들이 (한국 의료라는) 무너진 탑을 처음부터 다시 쌓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전공의와 의대생 등 500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이날 집회에선 윤 대통령의 계엄 사태와 의료 개혁 추진 과정이 유사하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이들은 정부의 의료 정책을 ‘의료 계엄’으로 규정한 뒤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집회 사회를 본 사직 전공의는 “한국은 지난 2월부터 이미 계엄 상태였다”며 “정부는 국회에 계엄 사태를 통보하지 않았듯이 (의료계에) 의대 증원에 대해 사전 설명을 하지 않았고, 계엄군이 국회를 급습한 것과 마찬가지로 젊은 의사를 상대로 유례없는 행정 명령을 쏟아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공의·의대생들은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적힌 ‘이탈 전공의 처단’ 문구에 분개했다. 연단에 선 또 다른 사직 전공의는 “지난 9월 한덕수 총리는 의료 대란을 해결할 방안으로 플랜 B, C가 있다고 말했다”며 “전공의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불복 시 처단하는 것이 플랜B였나”고 말했다. 이어 “계엄령과 다를 바 없는 ‘업무개시명령’을 철폐하고, 전공의를 처단한다는 폭압적인 문구를 포고령에 적은 책임자를 강력히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즉흥 개혁 즉흥 계엄 강력하게 규탄한다” “행정명령 처벌 대상 젊은 의사 짓밟혔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혜화역 시가지를 행진했다.
전공의·의대생들은 2025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철회할 때까지 복귀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의대 본과 4학년 휴학생은 “(의·정 갈등은) 언제 끝나는지보다 어떻게 끝날지가 중요하다. 의대 증원을 철폐할 때까지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3년 차 사직 전공의도 “전공의 신분을 떠나서 국민을 ‘처단한다’는 발상에 분노한다”며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 철폐 등 의료 정상화가 이뤄질 때까지 복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같은 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 센터 앞에서 시국선언 대회를 열고 의료 정책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전의비는 시국선언문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이 벌여 놓은 의대 증원 의료개악 정책들을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며 “내란을 동조하는 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국회와 대학 총장과 공무원들은 행동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