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당시 TV에서 이정미 재판관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낭독하는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로써 비로소 촛불을 든 시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탄핵은 책임을 묻기가 곤란한 대통령, 국무 위원, 법관, 검사, 방송통신위원장 등 고위 공무원에게서 강제로 직을 빼앗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제도이다. 사실 탄핵제도는 그 절차가 복잡하고 요건도 까다로워서 유명무실한 제도에 불과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으로 그 유용성이 입증된 바 있다.
우리 헌법은 국회가 탄핵소추를,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담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가 고위 공직자를 탄핵소추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다만, 대통령의 경우는 그 요건이 더 엄격해서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탄핵소추된 고위 공직자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으로 파면할 수 있고, 파면된 공직자는 즉시 직위에서 물러나야 한다.
우리 헌법은 탄핵 사유를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먼저 직무집행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순수한 사생활이나 취임 전후의 행위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 다만, 직무 기간 중에 성범죄 같은 품위를 손상한 행위는 직무 관련성이 있어서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 행위’가 있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모든 법 위반을 이유로 공무원을 탄핵한다면 국정 공백, 국민 간의 갈등 등으로 국익에 반하며 특히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국민이 대통령에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하는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탄핵을 요구하는 사유도 이와 같은 중대성을 지녀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헌법과 법률 위반의 중대성 여부는 그 위반 행위가 어느 정도로 헌법 질서에 부정적 영향이나 해악을 미치는지와 고위 공직자를 파면하는 경우 초래되는 효과를 서로 비교하여 결정하게 된다.
다만,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에 국한하기 때문에 ‘부당한 정책 결정이나 정치적 무능력’은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이다. 그러나 때로는 고위 공무원의 부당한 정책 결정이나 무능력 때문에 국민이 심각한 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심히’ 부당한 정책 결정이나 ‘심각한’ 무능력 정도는 탄핵 사유로 삼아도 되지 않을까.
우리 헌법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사명을 망각하고 사적 이익을 위해 주어진 권력을 남용하는 공무원은 그가 대통령일지라도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마땅히 퇴출되어야 한다. 탄핵제도는 피를 흘리는 혁명적 방법이 아닌 평온한 법치주의적인 방법으로 이런 공직자를 축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권장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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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