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교회에서 열린 찬양예배 당시의 경험입니다. 예배당 위층 접이식 의자에 한 청년이 홀로 운동화를 벗고 무릎을 꿇고 올라가 기도를 하더라고요. 정말 진지하고도 겸손하게 또 간절하게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청년을 보니 숙연해졌습니다. 믿음 생활에선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닌 거 같아요. 청년이든 장년이든 하나님을 바르게 일대일로, 인격적으로 만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원(53·사진) 삼정KPMG 전무는 이 말에 이어 고린도후서 9장 8절 말씀을 젊은 세대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하나님이 능히 모든 은혜를 너희에게 넘치게 하시나니 이는 너희로 모든 일에 항상 모든 것이 넉넉하여 모든 착한 일을 넘치게 하게 하려 하심이라.” 노 전무는 청년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미리 예단하지 말고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회계사 시험을 통과하고 회계법인에 들어온 친구들은 기본적으로 똑똑하고 성실하죠. 하지만 이 친구들도 초중고 시절부터 계속해서 입시와 연관된 평가를 받으며 스스로 등급을 나눠 가지고 그 틀 안에서만 머무르려는 경향이 있어요. 선입견이라고 할 수 있죠. 자기 스스로 매긴 등급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할 수 있는 것보다 꿈을 크게 가지면 좋겠습니다.”
삼정KPMG는 국내 2대 대형 회계법인 가운데 하나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강남파이낸스센터에서 만난 노 전무는 삼정KPMG 소속 회계사와 컨설턴트 등 4500여명과 함께 일하고 있었다. 회계법인은 업무 강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매년 바뀌는 회계와 감사 기준, 산업 트렌드 등에 관한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 노 전무는 “새로운 것을 익히고 스스로 발전하는 즐거움이 있지만,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밝혔다.
분기별 반기별 보고서 마감이 다가올 때는 새벽 출근이 아닌 새벽 퇴근이 필요하다. 새벽에 귀가해 옷만 갈아입고 다시 출근하는 것이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것은 물론 신앙생활의 루틴을 이어가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노 전무는 출석하는 서울 100주년기념교회(강요섭 김광욱 이영란 정한조 공동담임목사)에서 구역장을 맡고 있다. 50대 이상 싱글들과 함께하는 구역으로 매주 금요일 교회에서 만나 성경공부를 한다. 직장에선 신우회에서 봉사단체로 확장된 동아리를 이끌며 한국에 공부하러 온 유학생들을 신앙 안에서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
“하나님은 저의 부족하고 못난 부분을 넘치도록 채우셔서 저를 더 지혜롭게, 아름답고 강하게, 선하게 바꿔 주시는 분이십니다. 이전의 뾰족하고, 나만 알고, 작은 모습을 완전히,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바꿔주셨습니다. 제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세 자녀의 엄마인 노 전무는 결혼과 출산에 소극적인 청년세대에게 “아이들이 가장 든든한 조언자이자 지원자가 된다”고 조언했다. 노 전무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야근이 여러 날 계속되면 아이들 얼굴만 잠깐 보고 일하러 가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니 셋이서 스스로 해결하는 자립심을 가지게 되더라”고 밝혔다. 2011년 여성에겐 더 좁은 문인 회계법인의 파트너(상무)로 승진할 당시 노 전무는 “아이들에게 ‘너희들 덕분에 엄마가 파트너가 될 수 있었다. 진심으로 고맙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노 전무는 현재 여성 은행장 검사장 등 유리 천장을 깬 등기이사들의 모임인 세계여성이사협회(WCD)의 임원도 맡고 있다.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시느니라.”(수 1:9) 노 전무는 청년들에게 “자신을 스스로 제한하지 말고 하나님께 자신의 앞길을 맡기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