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계엄으로 큰 상처, 잊으면 안 돼”

입력 2024-12-08 15:25 수정 2024-12-08 15:26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지난 6일 태평양 도서 국가 순방을 마치고 타오위안국제공항에 도착해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계엄으로 인한 어두운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적 과오가 재발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집권 민진당은 최근 한국의 비상계엄령을 옹호하는 듯한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8일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라이 총통은 전날 북부 신베이시에서 열린 ‘2024 세계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대만의 민주주의, 자유, 법치, 인권이라는 삶의 방식을 굳건히 수호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라이 총통은 “대만이 38년간 계엄 통치를 겪으면서 사회, 경제, 법치, 인권이 큰 상처를 입었고 지금도 영향받고 있다”면서 “역사의 잘못은 용서할 수 있지만, 잘못된 역사를 절대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라이 총통은 “민주주의와 자유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잃어버리기 쉽다”면서 민주주의, 자유, 인권의 공동 수호를 위해 단결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대중이 권위주의 통치의 본질을 이해하게 하고 대만인을 단결시킴으로써 대만이 다시는 권위주의의 침략과 박해를 받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인 대만은 절대 후퇴하지 않고 계속 전진할 것”이라며 “민주·자유의 헌정 체제를 영원히 지지할 것이고 절대 되돌아갈 수 없다”고 밝혔다.

민진당 입법위원(국회의원)들은 최근 소셜미디어 스레드에 한국의 비상 계엄령을 옹호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이 글은 “한국 국회가 친북세력에 의해 통제되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3일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면서 “대만 입법원에서도 (야당인) 국민당과 민중당이 각종 국방예산을 삭감하고 위헌적으로 권력을 확장하며 국가안보 관련 제안을 저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진당은 38년간 대만의 민주주의를 억압한 계엄을 종식하는 데 앞장선 정당인데 여소야대로 곤경에 처했다고 한국의 계엄 상황을 끌어들인 것은 반민주적 행태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만 야당은 민진당 주석인 라이 총통에게 전 세계를 향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장제스의 국민당은 1949년 5월 20일 대만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철권통치를 실시했다. 정당과 단체의 설립을 금지하고 민주 인사를 탄압하는 등 기본권을 제한한 계엄령은 1987년 7월 해제됐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