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주신 기본권·민주주의 침해한 비상계엄, 깊은 우려”

입력 2024-12-08 15:19 수정 2024-12-08 16:42
NCCK시국회의·윤석열 폭정종식 그리스도인 모임·기독교시국행동 등 312개 교계 단체는 7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윤석열 탄핵 촉구 시국 기도회’를 열고 범국민행동에 동참했다. NCCK 제공

개신교계가 ‘12.3 비상계엄’ 사태로 혼란을 겪는 사회에 하나님의 정의와 국가 안정을 구하며 직간접적인 행동에 나섰다.

8일 교계 곳곳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기습 선포했다 해제한 비상계엄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루터교 목사들은 이번 비상계엄령을 “불의한 권력의 위헌적 계엄”으로 규정했고, 감리교 측 교수들은 “국민의 기본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한 교계 연합회는 윤 대통령의 퇴진과 정부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거리로 나왔다.

NCCK시국회의(상임대표 김상근 목사)·윤석열 폭정 종식 그리스도인 모임·기독교시국행동 등 312개 교계 단체는 7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윤석열 탄핵 촉구 시국 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에는 목회자들과 개신교인 등 6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시국선언문에서 “지난 3일 어떠한 합법적인 절차와 명분도 없이 선포된 윤석열의 ‘비상계엄령’은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았다”며 “지난 2년 가난한 이는 더 가난해졌으며 어렵게 쌓아 온 평등의 가치는 일순간에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땅에 평화의 왕으로 다시 오실 아기 예수를 기다리는 대림절기, 그리스도인들은 무너진 세상을 바라보며 하나님 나라를 간절히 소망한다”면서 “평등의 세상을 바라는 이들의 간절한 기도가 이뤄지는 그 날까지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거리에서의 예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한 지난 4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국민일보DB

감리교신학대학교(유경동 총장) 교수 20명도 지난 6일 낸 시국선언문에서 “대통령의 결정이 불러올 수 있는 여러 위험과 불확실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계엄령 선포는)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고 국민을 두려움과 혼란에 빠뜨리는 무책임한 행위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잘못된 결정이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상계엄령과 관련된 모든 책임자의 사퇴와 공정한 사법적 판단을 촉구하는 한편, 국회에 “정당의 유불리에 따라 판단하지 말고, 국민을 위해 탄핵을 포함한 모든 일을 결정하라”고 전했다.

같은 날 기독교한국루터회 소속 목사 26인은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며,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행동하겠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신학적 관점에서 현 사태를 해석했다. 이들은 “세속 권력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 질서를 유지하고 약자를 보호하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세워졌다는 한에서 우리에게 효력이 있다”며 “만일 지도자가 자신의 권력을 하나님이 주신 국민의 생명을 무시한 채 불법적이고 폭압적으로 위임된 권한을 행사할 때, 이는 창조주를 향한 모독이며, 지도자에게 권력을 위임한 국민의 존엄을 짓밟는 처사이며, 사회 전반에 혼돈과 악을 초청하는 행위라 할 것이다”고 했다.

이들은 또 “모든 국민은 불의한 권력에 저항할 책임이 있으며, 특히 그리스도인에게 이는 하나님의 정의를 이 땅에 세우기 위한 신앙적 사명에 속한다”며 신자로서 필요한 자세를 짚었다.

이어 교회와 지도자를 향해 ①불의한 권력을 하루빨리 종식하고,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가 실현되도록 힘쓸 것 ②모든 교회가 양심과 신앙에 따라 행동하며 국민의 편에 설 것 ③지도자는 자신의 권한이 국민에게서 나왔음을 겸손히 새기며 정의와 평화의 소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성공회 최고 의결기관인 주교원도 성명을 통해 “비상계엄 조치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행위”라고 규탄하며 윤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주교원은 “하나님께서 주신 기본적 권리와 민주주의의 근본을 침해한 데 대해 깊은 우려와 슬픔을 표한다”며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치유하고 극복하는데 함께하겠다”고 전했다. 성공회 전국성직자단은 오는 10일 시국 기도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신은정 기자 sej@kmib.co.kr